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당시 유벤투스)가 2019년 7월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와 친선전에서 벤치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4년마다 반복되는 경우의 수가 다시 돌아왔다. 수많은 가능성 중 16강 진출을 위해 한국이 잡아야 할 미래는 몇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이 가진 공통적인 전제는 ‘포르투갈전 승리’다. 경우의 수를 차치하더라도, 포르투갈은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꼭 꺾어야 할 상대다. 한국 축구팬은 그날의 ‘노쇼’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은 3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2019년 7월26일. K리그 올스타와 이탈리아 유벤투스가 친선전을 펼치는 날이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엔 관중 약 6만5000명이 모였다. 이들 중엔 K리그 팬도 많았지만, 역시 가장 큰 관심사는 ‘그 선수’였다. 하지만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사전 사인회와 기자회견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그는 결국 이날 그라운드에 서지 않았다. 45분 의무 출전이라는 계약서도 소용 없었다. 이른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노쇼 사건이다.
국내 축구팬에게 이날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호날두는 당시 ‘호동생’(호날두 동생)이라는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팬들을 무시한 호날두의 만행으로 팬심은 하루아침에 분노로 변했다.
추앙의 산이 높았던 만큼 추락도 골은 깊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리오넬 메시와 호날두 중 누가 더 위대한지를 두고 10년 가까이 진행됐던 ‘메호대전’은 메시의 승리로 막을 내렸고, 호날두는 ‘날강두’(호날두+날강도)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호날두가 ‘국민 밉상’이 되는 순간이었다.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9일(한국시각) 카타르 루사일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H조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공을 바라보고 있다. 루사일/로이터 연합뉴스
복수 기회는 찾아왔다. 그것도 호날두가 그렇게 사랑하는 축구를 통해 설욕할 기회다. 비록 포르투갈이 이미 2승을 거둬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했지만, 16강 진출과 복수를 염원하는 한국 입장에선 이겨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이미 한국은 포르투갈을 월드컵 무대(2002 한일월드컵)에서 꺾은 적도 있다. 두 팀 사이 유일한 상대전적이다. 이제 그 상대전적을 2승 무패로 늘릴 시간이 왔다.
승리를 위해서도 호날두는 집중 견제 대상이다. 특히 호날두가 쉽게 욱하는 성격인 점을 노려, 집요한 수비로 이를 공략할 수 있다. 실제 포르투갈은 과거 일부 선수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독일전(0-4 패) 때 분을 참지 못한 페페가 토마스 뮐러에게 박치기한 뒤 퇴장당한 일이 대표적이다. 페페는 호날두와 과거 레알 마드리드 동료였고, 둘은 팀 내 대표적 다혈질로 꼽혔다. 공교롭게도 당시 포르투갈 감독이 현 한국 사령탑 파울루 벤투다.
포르투갈 페페(왼쪽)가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토마스 뮐러에게 박치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외부 요인으로 호날두 심리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점도 노려볼 만하다. 호날두는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해지했다. 현재 무소속이다. 월드컵이 공개적인 구직 무대가 된 셈인데, 외신 보도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구단 정도만 호날두에 관심이 있다. 더욱이 호날두는 현재 월드컵 8골로 포르투갈 최다골(9골) 기록에 1골 모자란다. 여러모로 득점 욕심 때문에 조직력까지 해치는 ‘탐욕 본능’이 발휘되기 쉽다.
한국은 과연 호날두에게 ‘노골’ 굴욕을 안겨주며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까.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는 3일(한국시각) 오전 0시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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