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정우영(5번)과 이재성이 5일(현지시각)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의 네이마르를 겹으로 막고 있다. 도하/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빛나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선수. 축구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그렇다.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는 이강인이나 손흥민이다. 하지만 감독은 다르다. 사령탑은 팀에서 궂은 일 해주는 조연들이 더 소중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33·알사드)은 2022 카타르월드컵을 녹초가 된 상태로 마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수비형 미드필더의 임무가 원래 그렇다. 공격도 가담하고, 수비도 분담하고, 동시에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구실도 해야 한다.
이른바 홀딩이나 앵커 역할을 하는 이들이 골을 넣기는 쉽지 않다. 당연히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뛰는 양은 많지만 돋보이지도 않는다. 위험한 순간에 가장 먼저 방패막이가 돼야 하기 때문에 때로 반칙으로 끊거나, 공을 탈취해 전개해 나가면서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 텔레비전 화면에 그런 장면들이 잡히면, 팬들의 질타가 나온다.
정우영은 6일(한국시각)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체력이 완전히 소진된 탓에 상대 히샤를리송의 장거리 돌파를 뒤쫓다가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 조별리그 때와 달리 체력 부담을 크게 느꼈다. 벤투 감독도 그런 사정을 고려해 후반엔 정우영을 불러들였다.
중앙 미드필더 자리의 이재성(30·마인츠)이나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도 감독의 눈에는 가장 중요한 선수들이다.
이재성은 활동 반경이 크고, 상대와의 몸싸움을 마다치 않는다. 많이 부닥치면서 공을 소유하고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능하다. 황인범 역시 조별리그와 16강전을 포함해 대표팀에서 가장 많이 뛰었다. ‘피파플러스’를 보면 그가 뛴 거리는 총 45.04㎞이며, 팀내 최다 패스(243개)를 기록했다. 오른쪽 풀백 김문환(27·전북)도 공격 가담 등 측면돌파 과정에서 짧은 거리를 전력질주하는 스프린트(268회)를 가장 많이 해냈다.
정우영은 16강 브라질전 뒤 인터뷰에서 “우리는 강팀이 아니기 때문에 매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한다. 개인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낸 경기였다”고 말했다. 축구 전문가라면 최선을 다한 그의 열정을 인정한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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