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일정에 피로 누적…맨유 ‘빠른 축구’ 적응 문제도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부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박지성. 맨유가 27일(한국시각) 버밍엄 시티에 3-0 완승을 거둔 이후에도 “몸을 사린다”, “피곤해 보인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박지성도 “독일월드컵 본선에 대비해 부상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무대는 프리미어리그. 냉정한 팬들에겐 변명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가 부진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피곤해 보이는’ 박지성이 아니라 그는 정말 피곤할 수밖에 없는 일정을 소화해왔다. 지난 1일 앙골라와의 평가전을 위해 지난달 27일 위건 어슬레틱스와의 칼링컵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비행기를 타야 했다. 그리고는 바로 대표팀에 합류해 이틀 만에 경기에 나섰다. 정작 박지성은 “별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시차적응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일정일 수밖에 없다. 18일에는 조부상을 당해 급히 귀국했고, 버밍엄 시티와의 경기도 키어런 리차드슨이 갑작스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몸을 풀지도 못하고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전 소속팀 페에스베(PSV) 에인트호벤과 맨유의 전술차이도 박지성이 돋보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에인트호벤은 ‘수비→박지성→미드필더→박지성→공격수’로 이어지는 잦은 패스를 통해 경기를 지배한다. 반면, 맨유의 앨릭스 퍼거슨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개인기를 바탕으로 좌우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공격을 선호한다. ‘빠른 전진 축구’를 구사하는 프리미어리그의 특성상 한번 패스를 한 박지성이 다시 공을 돌려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결국 박지성 스스로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에인트호벤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데려갔지만 스타군단을 꾸려나가는 퍼거슨 감독은 팀 컬러에 그가 맞춰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체력과 투지가 뛰어난 ‘인간펌프’ 박지성이 지금의 난관을 어떻게 풀어갈 지 축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박지성은 30일 웨스트햄과의 시즌 31차전에 출격한다.
한편, 토트넘 홋스퍼의 이영표는 28일 런던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벌어진 웨스트브로미치와의 안방경기에 선발출장해 전·후반 90분을 소화하며 팀의 2-1 역전승에 보탬이 됐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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