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27·포항 스틸러스)의 부상이 오른쪽 무릎인대 파열로 드러나 2006 독일월드컵을 60일 남짓 앞둔 아드보카트호에 비상이 걸렸다.
윤영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의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다”며 “부상 정도는 경미한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독일월드컵 출전여부가 불투명할 정도로 치명적이라는 진단이다. 윤 위원장은 “치료방법은 수술과 재활 두가지인데, 수술을 택하면 월드컵 출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재활치료를 하는 쪽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출전 가능한가?=장기적인 선수생활을 감안한다면 수술이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동국 본인은 강력하게 재활치료를 원하고 있다. 문제는 재활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월드컵 본선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윤 위원장은 “개개인의 차이가 있다. 열심히 몸 상태를 만들면 이전 기량을 되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이동국을 위로하기 위한 말일 수도 있다. 윤 위원장은 “확률이 5%, 10%밖에 안되더라도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게 우리(협회)가 할 일”이라며 절박한 상황을 드러냈다. 만약 독일월드컵 엔트리에 뽑히지 못한다면, 2002년 한-일월드컵 탈락 뒤 지독한 각오로 재기에 성공한 이동국은 또다시 ‘비운의 선수’가 된다.
“5월11일에 가서 보겠다“=딕 아드보카트 축구대표팀 감독은 10일 출국에 앞서 이동국의 부상에 대해 전해들었다고 한다. 윤 위원장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동국에게) ‘많이 격려해줘라. 5월11일 최종선발명단을 발표하기 전에 몸 상태를 다시 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매 경기 잘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해, 이동국의 의지만으로 선수 선발을 보장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윤 위원장은 “이동국이 재활에 전념하기 위해 한국보다는 해외에서 치료를 받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이동국 결장할 경우 선택은=이동국이 불가피하게 아드보카트호에서 탈락하면, 그렇지 않아도 골 결정력 부재로 시달리는 아드보카트호는 더욱 어려움에 처한다. 이동국과 주전다툼을 벌이는 안정환(뒤스부르크)이 있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출장이 들쭉날쭉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딩력이 좋은 조재진(시미즈 에스 펄스)이 최근 일본 J리그에서 훨훨 날고 있어 대체요원으로 투입이 가능하다. 조재진은 지난 9일 오이타와의 7차전에서 2골을 몰아넣는 등 올 시즌 5골로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좌우 공격수로 활약해온 박주영(FC서울)을 중앙공격수로 투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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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십자인대는?
무릎관절(슬관절)에는 전방십자인대, 후방십자인대, 내측부인대 및 외측부인대 등 4가지 인대가 있다. 이들 인대가 무릎을 잡아주어 무릎의 안정성을 유지시킨다.
전방십자인대는 슬관절 안에 있는데, 무릎 아래뼈가 앞으로 밀려나가지 않도록 잡아준다.
그러나 점프 뒤 착지할 때, 급 방향전환 때, 갑자기 멈춰서거나 뒤틀릴 때 손상된다.
파열된 상태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 관절연골이 마모되고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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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프랑스월드컵 황선홍 ‘불운’과 닮은꼴
이동국의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불운은 선배 황선홍(전남 수석코치)과 닮은 꼴이다.
황선홍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향해 출발하기 직전인 6월4일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상대 반칙으로 넘어져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당했고, 프랑스월드컵에서 벤치만을 지켰다.
앞서 서정원(리트)도 99년 부상 재활훈련 중 무릎십자인대 부상으로 6개월 이상 고생했다. 고종수(전남)도 2001년 K리그 경기에서 오른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11개월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황선홍 서정원 고종수 모두 재활에 성공했지만 십자인대 파열은 선수들한테는 늘 ‘악몽’이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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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