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독일월드컵 심판 /
그가 올리는 깃발에 전세계 시청자들의 환호와 탄식이 교차한다. 미칠 듯 상대 진영을 향해 돌진하던 공격수는 그의 몸짓에 ‘동작 그만’이다. 천문학적인 고액의 몸값으로 그라운드에 군림하는 스타도 그에겐 단지 한명의 선수일뿐이다. 그에겐 수만명의 연주자(관중)를 일사분란하게 지휘하는 능력이 부여된다.
그래서인가. 그는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심판에 중독됐다”고 표현한다. 26일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대영(44)씨는 독일월드컵에서 심판을 맡은 유일한 한국인이다. 월드컵 본선의 한국 심판으로는 네번째다. 김씨가 독일월드컵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것은 그의 지독한 축구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그는 축구선수 출신이 아니다. 체육대학교 졸업 뒤 사업을 하면서 동네 축구동호회에서 공을 차다가 테스트를 거쳐 심판이 됐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최정상 축구대회의 ‘포청천’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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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에 중독’ 어느덧 12년째… “산뜻한 판정 기대하세요”
지난달 중순, 김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실시한 심판 워크샵에 참석했다. 월드컵 본선에 설 부심을 선발하기 위한 테스트를 하는 자리다. 우선 체력테스트. 40m를 6초에 6번을 뛴 뒤, 400m 트랙을 10바퀴 돈다. 이를 통과하면 오프사이드 판정 테스트다. 부심 임무의 90%는 오프사이드 판정이라고 할 만큼 정확한 오프사이드 판정이 중요하다. 운동장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실제 두명의 공격수가 공을 패스하며 돌진하는 것을 보고 깃발을 올린다. 수십차례에 걸친 심판 판정은 카메라 녹화장면을 통해 정확성을 판정받는다. 또 마치 전자오락하듯 화면에서 벌어지는 경기장면을 보며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리며 판단력을 테스트 받는다. 이외에 경기 규칙테스트와 영어시험을 통과해야 월드컵 판관으로 자격을 인정받는다. 지난 대회까지는 대륙별로 추천을 받았는데 이번부터는 이처럼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아시아에서 모두 9명의 부심이 지원했으나 4명만 선발됐다. 그는 국제심판을 하기 위해 새벽에 영어학원도 다녔고, 전화를 통한 영어교습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영어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필리핀 배낭여행을 하기도 했다. “주심은 운동장 안에서 공을 따라 다니면서 많이 뛰어야 해요. 반면, 부심은 공을 보며 제2의 최종수비수 위치를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필요해요.” 지난 1994년 1급 심판자격을 취득한 그는 98년 국제심판 자격을 얻었고, K리그 95경기와 국제대회 104경기, 그리고 A매치는 21경기를 본 노련한 심판이다. 95년 동대문구장에서 열렸던 고교축구 4강전에서 부심을 본 그는 오프사이드를 잘못 불었고, 그에 따라 승부가 갈렸다. 자신의 실수로 대학진학이 좌절된 선수 학부모들의 항의를 들으며 그는 1년간 그라운드를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월드컵부터는 개정된 오프사이드룰이 적용된다. “이전에는 공을 잡지 않아도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으면 오프사이드 반칙이었는데, 지금은 공을 잡지 않으면 반칙이 아닙니다. 다른 선수가 그 공을 치고 들어 갈 수 있어요. 공격적인 축구가 된 셈이죠.” 종업원 25명의 중견 유통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한국 축구의 명예를 걸고 산뜻하게 판정하겠다”고 말한다. 손이 벨듯 다려진 와이셔츠 주름과 깔끔한 머리모양이 그의 약속과 잘 어울린다. 글·사진/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심판에 중독’ 어느덧 12년째… “산뜻한 판정 기대하세요”
지난달 중순, 김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실시한 심판 워크샵에 참석했다. 월드컵 본선에 설 부심을 선발하기 위한 테스트를 하는 자리다. 우선 체력테스트. 40m를 6초에 6번을 뛴 뒤, 400m 트랙을 10바퀴 돈다. 이를 통과하면 오프사이드 판정 테스트다. 부심 임무의 90%는 오프사이드 판정이라고 할 만큼 정확한 오프사이드 판정이 중요하다. 운동장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실제 두명의 공격수가 공을 패스하며 돌진하는 것을 보고 깃발을 올린다. 수십차례에 걸친 심판 판정은 카메라 녹화장면을 통해 정확성을 판정받는다. 또 마치 전자오락하듯 화면에서 벌어지는 경기장면을 보며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리며 판단력을 테스트 받는다. 이외에 경기 규칙테스트와 영어시험을 통과해야 월드컵 판관으로 자격을 인정받는다. 지난 대회까지는 대륙별로 추천을 받았는데 이번부터는 이처럼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아시아에서 모두 9명의 부심이 지원했으나 4명만 선발됐다. 그는 국제심판을 하기 위해 새벽에 영어학원도 다녔고, 전화를 통한 영어교습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영어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필리핀 배낭여행을 하기도 했다. “주심은 운동장 안에서 공을 따라 다니면서 많이 뛰어야 해요. 반면, 부심은 공을 보며 제2의 최종수비수 위치를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필요해요.” 지난 1994년 1급 심판자격을 취득한 그는 98년 국제심판 자격을 얻었고, K리그 95경기와 국제대회 104경기, 그리고 A매치는 21경기를 본 노련한 심판이다. 95년 동대문구장에서 열렸던 고교축구 4강전에서 부심을 본 그는 오프사이드를 잘못 불었고, 그에 따라 승부가 갈렸다. 자신의 실수로 대학진학이 좌절된 선수 학부모들의 항의를 들으며 그는 1년간 그라운드를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월드컵부터는 개정된 오프사이드룰이 적용된다. “이전에는 공을 잡지 않아도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으면 오프사이드 반칙이었는데, 지금은 공을 잡지 않으면 반칙이 아닙니다. 다른 선수가 그 공을 치고 들어 갈 수 있어요. 공격적인 축구가 된 셈이죠.” 종업원 25명의 중견 유통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한국 축구의 명예를 걸고 산뜻하게 판정하겠다”고 말한다. 손이 벨듯 다려진 와이셔츠 주름과 깔끔한 머리모양이 그의 약속과 잘 어울린다. 글·사진/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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