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나우디뉴가 스위스 베기스 훈련캠프에서 휴식시간 중 탁구를 즐기고 있다. 베기스/AFP 연합
여유만만 브라질, 평가전도 단 한번만
챔피언의 여유인가? 상대의 긴장을 늦추려는 전략인가?
6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노리는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의 행보가 너무나 느긋하고 여유롭다. 2006 독일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한국을 비롯한 본선 참가국들은 강도높은 훈련과 잇따른 평가전으로 전력상승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월드컵 본선 첫 출전국 우크라이나는 개막(6월9일) 전날까지 A매치(룩셈부르크)가 잡혀 있을 정도다.
반면, 브라질의 평가전은 6월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약체 뉴질랜드와 단한번 예정돼 있다. 지난 28일엔 브라질의 클럽 청소년팀인 플루미넨세와 ‘몸풀듯’ 연습경기를 치렀다. 이쯤되면 ‘자신감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올 법 하지만,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영국 <비비시(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알베르투 카를로스 페레이라 브라질 감독은 이와 관련한 비판이 일자 29일 “나의 목표는 본선 막판 선수들을 최고 컨디션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100%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조별리그를 맞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여유를 부렸다. 결승전이 열릴 때쯤이면 선수들이 최고 컨디션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애써 시작부터 힘을 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1994년 미국월드컵 당시 콜롬비아의 예를 들었다. 당시 콜롬비아는 남미예선에서 아르헨티나를 5-0으로 꺾는 등 파란을 일으켰다. 페레이라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콜롬비아를 우승후보로까지 거론했지만, 정작 그들은 본선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며 “100% 컨디션으로 시작하면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2002 한-일월드컵 때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였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실제로 브라질대표팀의 훈련장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월드컵을 앞둔 긴장감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많다. 23일 스위스 베기스에 훈련캠프를 차린 브라질은 선수단을 위해 지역에서 마련한 공연과 축제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선수들의 표정과 움직임에도 여유가 넘쳐 흐른다. 스트라이커 호나우두는 29일 동료 호나우디뉴에게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매직 4인방’(호나우두, 호나우디뉴, 아드리아누, 카카)이 버티는 최강의 공격라인에 우승 후보 중 유일하게 부상 선수 한명 없는 행운까지, 삼바군단이 자신감을 가질 이유는 충분해보인다. 축구를 ‘삼바’처럼 즐기는 그들의 여유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결과는 6월14일(한국시각) 크로아티아와의 F조 첫 경기에서 판가름난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호비뉴(왼쪽)와 에메르손이 훈련캠프 휴식시간 중 비디오게임을 하고 있다. 베기스/AFP 연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