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카메라는 날 중심으로 잡아주세요.” 발에 닿았다 싶은 공은 어느새 티에리 앙리의 발을 떠나 상대 골문으로 향했다. 덴마크와의 평가전에서 첫골을 터뜨린 앙리가 중계 카메라를 바라보며 골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랑스/AFP 연합
프랑스, 덴마크에 2-0완승…지단 대신 앙리·리베리 무게중심 급부상
결국 비기는 작전으로 가야 하나?
독일월드컵 G조 조별리그 한국의 두번째 상대 프랑스대표팀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우승후보다운 전력을 드러내 아드보카트호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1일(한국시각) 안방인 랑스에서 열린 두번째 평가전에서 티에리 앙리(아스널)와 실뱅 윌토르(올랭피크 리옹)의 골로 덴마크를 2-0으로 눌렀다. 프랑스는 노쇠한 ‘중원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이 부진했지만, 앙리를 중심으로 한 공격이 자리를 잡으면서 4년 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덴마크에 당한 0-2 패배를 설욕했다.
■ ‘프랑스 중심’은 이제 티에리 앙리
지단의 발을 거쳐야 했던 프랑스의 공격은 이날 앙리의 빠른 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고, 루이 사아(맨체스터Utd)와 투톱을 이룬 앙리는 힘들이지 않고 첫골을 뽑아냈다. 앙리는 전반 12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오른쪽 윙백 윌리 사뇰(바이에른 뮌헨)이 길게 올려준 공중볼이 사아의 머리를 맞고 떨어지자 이를 가볍게 골문 오른쪽으로 찔러넣었다.
앙리는 빠른 측면 돌파로 덴마크 수비를 여러 차례 무너뜨렸고, 왼쪽 미드필더 플로랑 말루다(올랭피크 리옹)와 수비수 에리크 아비달(〃)과 함께 왼쪽공격을 주도했다.
■ 막강 ‘4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프랑스는 5월28일 멕시코전에 이어 이날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아비달-윌리암 갈라스(첼시)-릴리앙 튀랑(유벤투스)-사뇰로 이뤄진 4백 라인은 모두가 2005~2006 시즌 유럽 빅리그 우승팀의 주역들이다. 이날 덴마크는 빠른 측면 돌파와 욘 달 토마손(슈투트가르트)을 앞세워 프랑스 문전을 위협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4백의 벽을 넘지 못했다. 4백 수비에 미드필더 클로드 마켈렐레(첼시)와 파트리크 비에라(유벤투스)까지 가세한 프랑스의 수비는 독일월드컵 최강 방패로 손색이 없었다.
■ 도메네크의 고집은 언제까지?
지단은 이날도 부진을 거듭했다. 반면, 교체 투입된 프랑크 리베리(마르세유)는 후반 30분 날카로운 오른쪽 측면돌파로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윌토르의 두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21분 투입된 리베리는 자신을 “프랑스의 비책(trump card)”이라며 극찬한 앙리와도 무리없이 발을 맞추며 타고난 감각을 과시했다.
<에이피(AP)통신>은 1일 “지단이 프랑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단 대신 투입된 리베리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며 그가 지단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레이몽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은 “그건 당신들 생각일 뿐”이라며 지단에 대한 신뢰를 꺾지 않았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23살 신예 프랑스 리베리가 지단의 자릴르 위협하기 시작했다. 랑스/AFP 연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