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가게의 문을 열러 나오니 소박한 거리에는 유치하지만 파라과이 국기와 자국을 나타내는 빨강 파랑 흰색의 싸구려 풍선으로 길거리를 군데군데 치장해 놓았다. 종업원들은 나름대로 빨강과 흰줄 무늬의 조악한 중국제 짝퉁 유니폼을 입고 파트롱(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나름대로 응원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느낌이다. 비록 내 자신이 외국인이지만 30년 가까이 이들과 동고동락을 한 마당에, 파라과이가 영국과의 시합에서 이기면 나름대로 이들과 기쁨을 나눌 준비를 하며 여유 있게 토요일 대목을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곳 시간 아침 9시에 시작한 파라과이와 영국과의 시합관전을, 텔레비전은 가게에 없는지라 라디오로 시합을 청취하며 종업원들은 브라질 관광객을 받고, 나는 파트롱이라는 특권으로 아래층 아랍인 전자가게에 50인치 플라스마 티브이를 어깨너머로 관전하러 갈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가마라선수의 자책으로 1-0으로 지면서 우리는 모두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 가마라를 대놓고 욕하는 모습도 없고 편견에 쌓여 영국을 욕하는 이도 없다. 그저 축구는 축구일 뿐 단지 일상의 연속일 뿐이다.

그런 것을 보면 평가전에서도 응원의 열기가 온 나라를 붉은 색으로 덮어버리는 결승전 못지않은 한국의 축구 열기가 어느 외신기자의 눈에는 종교적 광신처럼 느껴진다 했듯이 나의 눈에도 이상하게 보인다고 고백해야겠다. 그런 면에서 내가 사는 경제 후진국 파라과이는 축구에 있어서는 한국보다 선진국이라는 느낌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솔직히 나는 평상시에 축구에 관심이 없다. 그저 월드컵이라는 빅 이벤트와 지난번 4강의 신화 덕에 월드컵이라면 조금 축구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더군다나 인터넷 뉴스를 메우는 월드컵 스타나 팀에 관한 미주알 고주알 시시콜콜한 가십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그저 주변의 열기가 뜨거우니 대화에 소외도지 않으려 조금 신경을 쓰고 있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월드컵 평가전에 앞서 나름대로 추측을 하는 YTN뉴스아나운서가 한 코멘트와 인터넷 기사의 내용이 생각이 난다. FIFA 순위를 따지고 무슨 이유를 따져 어느 팀에는 몇 대 몇으로 이겨야 하고 어느 팀에는 지고 비기고 하는 논리적이고 수학적이며 아주 희망에 찬 예상이지만 듣는 나의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웃기는 코미디수준이었다. 그런 것을 보면 한국에서는 축구도 선진국 우선이고 GNP순인 것 같은 느낌이다. 아프리카의 후진국 토고에는 이겨야 하고 비슷해 보이는 스위스는 비겨야 하고 프랑스에게는 질 것 같다라는 국민적 예상이 그저 줏대 없는 사대주의 그 이상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요즘 한겨레 필진과 다른 진보적 채널에서 들리는 월드컵에 대한 불만은 나에게 참으로 현실적으로 들린다. 상업적 언론이 가세하여 국민의 귀와 눈을 모두 월드컵으로 돌려 한편으로 FTA를 성사 시키고 한쪽으로는 대추리를 비롯한 비정규직 문제 등 수많은 소수의 인권 문제와 환경문제를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한다는 그 주장이 과연 이기적이고 근거 없는 주장일까? 남미의 후진국 파라과이에서 느끼는 월드컵은 그저 월드컵일 뿐이고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 그리고 현실의 문제는 축제를 떠나서 역시 현실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하는 나의 하루 일상 일뿐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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