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축구팬들이 도쿄의 한 축구 카페에서 호주전을 지켜보다 일본이 1-3으로 무너지자 크게 낙담하고 있다. 도쿄/AP 연합
호주에 쓰라리 역전패를 당한 일본축구는 과연 기사회생을 할 수 있을까?
일본 언론들은 13일 ‘최악’ ‘악몽’ ‘완패’ 등의 표현을 쓰면서,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를 놓친 대표팀의 막판 ‘졸전’을 질타했다. <교도통신>은 ‘악몽같은 패전, 일본 붕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던 지쿠 감독의 일본대표팀이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경기 후반 더위로 선수들이 몸놀림이 둔해지자마자 공격수를 잇따라 교체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한 거스 히딩크 감독과 달리 지쿠 감독은 늑장을 부렸다”며 감독의 전술 부족에 화살을 돌렸다. <요미우리신문>은 “치명적 실수가 최악의 결말을 불렀다”며 골이나 다름없는 강슛을 세차례나 막아내는 등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던 문지기 가와구치 요시카쓰가 호주팀의 스로인 공격 때 판단을 잘못해 공을 쳐내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결정적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경기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또 일본 선수들의 잦은 실수와 느슨한 플레이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앞서 이날 경기 종료를 10분도 남기지 않아 첫승을 확신하던 일본팀이 1-1 동점골을 허용하는 순간, 빗속에 사이타마경기장에 모여 열띤 응원을 펼치던 축구팬 1만6천여명부터 생중계하던 아나운서에 이르기까지 일제히 ‘아~’하는 탄식을 토해냈다. 한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내리 두골을 더 먹자 이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경기종료 호각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고, 비명이 울려 퍼졌다. 축구팬들은 역전패가 믿기지 않는다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늘어뜨린 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한 회사원은 “호주 선수들이 육체적인 면 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일본 선수를 앞섰다”고 냉정하게 분석하기도 했다.
축구팬이나 언론들은 세계야구클래식 때처럼 기사회생이 가능하므로 마지막까지 포기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지만 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 강력한 브라질과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어, 일본의 16강 진출은 절망적이라는 우울한 분위기가 열도를 뒤덮고 있다. 가히 초상집이나 다름없는 분위기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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