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한국 압박전술에 고민-여론압박에 고민
레블뢰 군단이 숨을 죽이고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전설로 유명한 독일 북부 하멜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프랑스 대표팀은 오는 19일(한국시각) 한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막바지 훈련에 돌입했다. 프랑스는 스위스와의 1차전을 무승부로 끝낸 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꼭 이겨야 하는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팀을 무겁게 누르고 있다. 화기발랄했던 연습장엔 웃음이 사라졌다.
한국전을 앞두고 16일 마지막으로 공개된 훈련에서는 레몽 도메네크 감독이 이례적으로 23명의 선수들에게 각오를 다지라고 진지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장 피에르 에스칼레트 프랑스축구협회 회장도 오랜만에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 기자들은 한국 취재진에게 “선수들이 많이 긴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15분간 훈련을 공개한 뒤 그라운드 주변 철망을 모두 검은 천으로 가리는 등 전력 노출을 철저히 막았다.
프랑스 언론들은 애초 스위스에 비해 한국을 약체로 평가했지만, 지금은 한국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보도하고 있다. 스포츠전문지 〈레퀴프〉는 15일치에 빨간 유니폼에 안정환 등번호인 9번을 달고 있는 소년 축구선수가 프랑스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에게 “집에 돌아가는 걸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만평을 실었다. 대회 시작 전 우승 후보로 거론된 프랑스로서는 자존심에 금이 가는 만평이다.
공격수 티에리 앙리는 16일 유럽의 스포츠전문 채널 〈유로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스위스전에서 공격수는 기다리는 플레이를 해 전방의 움직임이 무뎌졌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비교적 노쇠한 선수들이 많은 프랑스는 경기 후반 체력 저하에 따른 갑작스러운 조직력 붕괴도 근심거리다. 또 승리의 필수조건인 공격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것도 고민스럽다. 도메네크 감독은 15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공격력이 강하고 빠른 팀으로 프랑스에 쉽지 않은 상대”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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