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스타]
왜 그가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렸는지를 소름 끼치도록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키(1m68)까지 같은 단신 스트라이커 하비에르 사비올라(25·세비야). 그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의 C조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의 3골을 모두 이끌어내며 팀의 16강행에 견인차가 됐다.
사비올라는 전반 6분 문전으로 쇄도하는 ‘동갑내기’ 막시 로드리게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발 앞에 정확히 공을 배달해 선제골을 뽑도록 했다. 전반 31분 터진 에스테반 캄비아소(인테르밀란)의 골도 사비올라의 패스가 시발점이 됐다. 사비올라는 전반 41분 상대 오른쪽 코너 부근에서 공을 빼앗은 뒤 한 명을 제치고 벌칙구역 오른쪽에서 슈팅을 날렸고, 문지기 손을 맞고 나온 공은 로드리게스의 발을 거쳐 골로 마무리됐다.
코트디부아르와의 1차전에서 1골을 넣은 사비올라는 마라도나가 관전한 이날도 공식 1도움을 포함해 3골 모두 골에 기여하는 활약을 펼쳤다. 왼쪽에 있나 싶으면 어느새 오른쪽 측면을 휘젓는 등 활동폭도 넓었다.
고교 시절 전교 1, 2등을 다툴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지닌 사비올라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선수. 2001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득점왕(11골), 최우수선수, 우승을 싹쓸이한 활약을 앞세워 스페인 FC바르셀로나에 진출했지만, 이후 프랑스 AS모나코와 스페인 세비야로 연이어 임대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때는 에르난 크레스포(첼시)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은퇴) 등 대선배들에 밀려 엔트리에조차 끼지 못했다. 그러면서 대표팀에서도 후배 카를로스 테베스(코린티안스)에 밀리는 양상이었고, ‘마라도나의 후예’라는 칭호도 18살 천재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에게 내주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독일월드컵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며 또다시 세계 축구계에 ‘사비올라’라는 이름을 뚜렷이 각인시켰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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