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1천명 속옷 입고 관람
“바지 벗어라.”
테러리스트 검문검색이 아니다. 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팬들의 바지를 벗기는 소동이 일어났다. 18일 <비비시(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네덜란드 축구팬 1천여명이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후원사가 아닌 맥주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바지를 입고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저지당하자 속옷만 입고 경기를 관람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들은 17일(한국시각) 슈투트가르트에서 치러진 C조 네덜란드와 코트디부아르의 2차전을 관전하려던 네덜란드 응원단으로, 네덜란드 한 맥주회사 상표가 들어간 바지를 입고 단체로 입장하는 게 허용되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바지를 벗었다. 독일월드컵 공식후원 맥주회사는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미국 회사 안호이저 부시다.
축구팬들의 남사스런 ‘속옷 관람’ 소동을 부른 피파의 상표권 보호가 과도한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는 미국 맥주회사가 월드컵 독점권을 따낸 것에 대한 반감이 널리 퍼져 있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충돌의 여지도 있다.
하지만 피파는 ‘복병’처럼 몰래 숨어드는 기업홍보는 허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마르쿠스 지글러 피파 대변인은 “특정기업이 수백명의 팬들에게 광고로 뒤덮인 옷을 입힌다면 피파가 개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팬들은 팬들이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자유가 있지만, 피파 후원기업 이외에 다른 광고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개 월드컵 공식파트너 기업들은 월드컵 기간 동안 상품화를 위한 독점 권한을 부여받는 대신 4천만유로(493억여원)씩을 내게 돼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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