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중거리슛으로 이란 골문을 가른 데쿠(20번)가 루이스 피구(오른쪽) 페르난두 메이라(오른쪽 두번째) 등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AFP 연합
브라질대표팀 탈락 ‘고배’ 스콜라리 감독이 요청 귀화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축구인생 황금기 누려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축구인생 황금기 누려
‘덕호 형님’이 해냈다!
유럽 축구강국 포르투갈이 17일 밤(한국시각)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D조 2차전에서 이란을 2-0으로 누르고 1966년에 이어 40년 만에 16강 꿈을 재현한 데는, 미드필더 데쿠(29·FC바르셀로나)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후반 18분 루이스 피구(인테르밀란)의 패스를 받은 데쿠는 아크 정면에서 왼쪽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그림 같은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안겼다. 포르투갈은 이어, 피구가 벌칙구역 왼쪽을 파고들다 얻어낸 벌칙차기 기회를, 후반 35분 크리스티나우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켜 완승을 거뒀다.
사실 데쿠는 브라질과 포르투갈 국적을 동시에 지닌 ‘이중국적자’다. 본명은 안데르손 루이스 데 소우자. 동양적인 외모와 근성있는 플레이 덕분에 국내팬들에겐 그의 이름을 따 ‘덕호’ 또는 ‘덕호형님’으로 불린다. 1995년 브라질 상파울루의 나치오날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으며, 1999년 포르투갈의 FC포르투에 입단하면서 축구인생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강한 몸싸움과 드리블을 앞세운 그의 활약에 힘입어 FC포르투는 2002년부터 2시즌 연속 포르투갈 1부리그를 제패했고, 2002~2003 유럽축구연맹(UEFA)컵, 2003~2004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FC포르투의 황금기를 이끈 데쿠는 결국 2004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로 팀을 옮겨 호나우지뉴, 사뮈엘 에투 등과 발을 맞춰 2년 연속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바르셀로나는 2005~2006 챔피언스리그 우승마저 차지했고, 데쿠는 두번씩이나 유럽클럽축구 챔피언 반지를 끼는 행운을 맛봤다.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도 ‘세계 최강’ 브라질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데쿠는 결국 2003년 포르투갈의 키를 잡은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감독의 요청에 따라서 포르투갈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된다. 브라질대표로 뛸 기회를 계속 기다리기보다 귀화해서 포르투갈 대표로 출전하는 길을 택한 것. 2004년 유럽 축구선수권에서 팀의 준우승을 이끈 데쿠는 결국 제2의 조국에 독일 월드컵 16강을 선물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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