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알렉산더 프라이(오른쪽)가 19일 밤(한국시각) 도르트문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고와의 G조 2차전 전반 16분 골을 성공시킨 뒤 골 뒤풀이를 하고 있다. 도르트문트/AP 연합
자신감 바탕 뒷공간 침투
‘조직적 무장해제’ 나서야
‘조직적 무장해제’ 나서야
결국 바람대로 됐다. 지난해 12월 독일월드컵 조추첨 결과가 발표되는 날부터 한국의 ‘16강 갈림길’은 24일(새벽 4시) 하노버에서 열리는 스위스전에 맞춰져 있었다. ‘약체로 평가되는 토고를 잡고, 프랑스에 최소한 비긴다면 승부는 스위스전에서 판가름난다’는 예상이 기막히게 들어맞은 것이다.
만약, 한국이 스위스와 비긴다면 스위스와 똑같이 승점 5점이 되지만 스위스에게 골득실에서 뒤져 불리하다. 더군다나 프랑스가 토고와 3차전에서 큰 점수 차로 이길 경우 한국은 16강에 가기 위해선 스위스를 반드시 꺾어야 한다.
안정이냐? 모험이냐?=한국의 지난 두 경기를 보면 전반전엔 안정적인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다 후반 체력이 떨어진 상대를 몰아붙여 동점·역전골을 만들어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략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셈이다. 서현옥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전반전만 보면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 게 사실”이지만 “경기초반 선수들의 긴장을 풀고 상대를 탐색하는 감독 특유의 수읽기”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 흐름은 스위스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기량으로 보자면 스위스 선수들의 면면이 한국 팀보다 낫기 때문이다.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지나치게 적극적인 공격을 감행하다 보면, 상대 역습에 당할 수가 있다. 토고·프랑스전에서도 수비수들이 상대 선수의 공을 뺏으려고 덤벼들거나 파울을 범해 위기에 처한 장면이 많았다. 서 전 위원은 “수비는 안정이 최선이다. 공을 가진 공격수 앞에서 시간만 끌어주면 협력수비로 상대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감이라는 재산=스위스에 대비한 ‘깜짝 전술’이 나오기 힘들다면 비법은 간단하다. 스위스의 탄탄한 조직력을 뚫어야 한다. 스위스 전술의 주춧돌인 4백 수비라인을 깨뜨리는 게 급선무다. 서 전 위원 역시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침투패스가 대안”이라며 “단순한 목표를 다양한 방법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안하는 방법이란 △수비수 뒷 공간을 이용한 침투패스 △원톱 조재진(안정환)의 좌우 측면이동 △수비수의 측면이동으로 생긴 가운데 공간침투 등이다. 수세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수비수들의 빠른 전진패스도 요구된다. 개인이 혼자 드리블로 치고 나가는 동안 이미 상대는 수비전형을 갖춰 놓기 때문이다.
프랑스와의 무승부는 한국팀엔 든든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 전 위원은 “힘든 상대라고 생각했던 프랑스를 상대로 후반 막판 동점골을 성공했다. 선수들의 사기와 자신감은 가득 차 있는 상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라운드의 선수들에게 예상치 못한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면 의외로 쉽게 ‘알프스 계곡’을 점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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