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반지의 제왕’ 스페인 미남스타 라울
무릎부상 딛고 극적 동점골 해맑은 ‘브이’
무릎부상 딛고 극적 동점골 해맑은 ‘브이’
전기공의 아들로 태어난 라울 곤살레스(29). 17살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명문클럽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해, 돈보따리를 안겨주겠다는 다른 빅리그 팀들의 숱한 유혹에도 꿈쩍하지 않은 스페인의 자랑이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메라리가 최다골을 보유한 현역선수다. 골을 넣은 뒤 모델 출신 아내를 향해 날리는 그의 ‘반지 입맞춤 세리머니’에 스페인 팬들은 열광한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무릎을 다친 뒤 3개월여를 재활에 매달려야했다. 독일월드컵 출전도 가물가물했다. 13년을 묵묵히 지킨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브라질 출신 호나우두·호비뉴 등에게 스트라이커 주전자리를 내줬고, 대표팀에서는 신예 페르난도 토레스에 밀리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무적함대’ 스페인대표팀 주장 완장을 차고 독일월드컵에 출전한 그는 왜 자신이 ‘스페인의 영웅’으로 불리는지를 확실하게 증명해냈다.
20일(한국시각)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F조 2차전. 라울은 우크라이나와의 1차전에 이어 이날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오지 못했다. 전반 1골을 먼저 내준 스페인의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은 후반 들어 라울을 긴급 교체투입했다. 후반 26분.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슈팅이 문지기를 맞고 왼쪽으로 흘러나온 공 앞에 달려든 선수는 등번호 ‘7번’ 라울이었다. 수비수와 나란히 서 있었으나, 그는 반박자 빨랐고 절묘한 킥으로 골문을 갈랐다. 위기의 순간 1-1 동점골을 넣은 그는 ‘엘니뇨’(소년)라는 별명답게 승리의 ‘브이(V)’자를 그리며 해맑게 웃었다. 그의 동점골은 스페인의 3-1 극적인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스페인은 2연승을 기록하며 16강 진출도 확정지었다.
스페인 언론들이 ‘영웅의 귀환’으로 표현한 이 골로 라울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골을 터뜨린 선수가 됐다. 19살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라울의 A매치 44번째골이다. 이 골로 라울은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과의 8강전에 부상으로 뛰지 못한 마음의 짐도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됐다.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은 “라울은 역시 빠르고 기술이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했고, 2골을 넣은 토레스도 “정말 중요한 순간에 라울의 골이 터졌다”며 기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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