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의 스티븐 아피아가 미국과의 3차전에서 역전 벌칙차기를 성공시킨 뒤 격정을 감추지 못하고 달려가고 있다. 이 골로 그는 ‘검은 대륙’의 영웅이 됐다. 뉘른베르크/AP 연합
에시엔 못뛰지만, “삼바축구 꼼짝마”
‘삼바축구마저 잡고 8강까지 가겠다.’
죽음의 E조에서 탈출해 아프리카 팀으로서는 처음으로 16강에 오른 가나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22일 밤(현지시각)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E조 3차전에서 미국을 2-1로 꺾고 2승1패 조 2위로 16강 티켓을 거머쥔 가나의 라토미르 두이코비치 감독은 “역사적 순간”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우리에겐 설리 알리 문타리, 아사모아 기안 등 (브라질전에 못나오는) 마이클 에시엔의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며 8강까지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죽음의 조에서 힘겹게 16강 대열에 오른 가나는 27일 밤 12시 도르트문트에서 월드컵 본선 10연승을 질주 중인 ‘우승 0순위’ 브라질과 만난다. 그러나 공수의 핵 마이클 에시엔(첼시)이 경고누적으로 나올 수 없게 돼 힘겨운 경기를 펼쳐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8위인 가나는 월드컵 본선 첫 출전국으로 체코(2위), 미국(5위), 이탈리아(13위) 등 강호들의 틈바구니에서 2승을 올리는 등 막강전력을 보여줬다. 브라질로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대인 것이다.
가나의 16강 진출은 아프리카 ‘검은 돌풍’의 대를 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1980년대 초반까지 축구 불모지로 취급됐던 아프리카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모로코가 16강에 진출하며 눈에 띄기 시작했다. 1990년 프랑스월드컵에선 카메룬이 전 대회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꺾고 8강까지 올라 지구촌을 놀라게 했다. 1994년 미국,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나이지리아가 두번씩이나 16강에 진출했다. 4년 전 한-일월드컵에선 세네갈이 개막전에서 ‘아트사커’프랑스를 1-0으로 물리치며 8강에 올라 아프리카 돌풍의 대를 이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가나가 미국을 2-0으로 누르고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순간, 가나의 수도 아크라의 거리에 사람들이 몰려나와 기뻐하고 있다. 아크라/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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