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 “러시아로 갈 것” 고별사
아시안컵 대비하되 단기처방 경계를
아시안컵 대비하되 단기처방 경계를
한국 축구가 독일월드컵의 여정을 끝내면서,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도 작별을 앞두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한국팀을 이끈 9개월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고, 스위스에 져 16강에 오르지 못한 날이 가장 슬펐다”며 “이제 러시아로 간다. 인생의 막바지를 러시아 클럽팀에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말 부임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재계약 협상시한인 지난 15일까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 연장에 대한 뜻을 밝히지 않았다. 축구협회와 아드보카트 감독은 계약을 맺을 때 양쪽이 원할 경우 아시안컵 축구대회 본선이 끝나는 2007년 8월까지 계약을 연장하는 ‘옵션’을 포함시켰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구단주가 이미 공식 발표한 러시아 프로축구 1부 리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사령탑을 맡을 예정이다.
따라서 축구협회는 이제 후임 감독 인선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축구대표팀은 당장 8월16일 대만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2007 아시안컵 B조 예선을 치러야 한다. 지난 2월 시리아와 예선 1차전을 치른 한국은 대만전 이후 이란(9월2일), 대만(9월6일), 시리아(10월11일), 이란(11월15일) 등과 연달아 경기를 한다. 한국은 조 2위에 들어야 내년 7월7일부터 말레이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타이 등 4개국이 공동개최하는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움베르투 코엘류, 조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줄줄이 영입한 축구협회가 또 외국인 감독을 앉힐지, 국내 지도자로 환원할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핌 베어벡 수석코치의 감독 승격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지만, 하마평 수준. 그간 외국인 감독 영입을 주도한 가삼현 축구협회 사무총장은 독일 현지에서 ‘국내 감독을 고려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글쎄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외국 감독으로 갈 것이냐’는 물음에는 “기자들이 도와주셔야죠”라며 즉답을 피했다.
축구계에서는 유능한 외국인 감독 후보뿐 아니라 지도력이 검증된 국내 지도자들의 인선 가능성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본프레레 감독 때처럼 우왕좌왕하다 영입실무를 맡은 기술위원마저 감독의 자질에 의구심을 표명하는 사례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월드컵 성적을 위한 단기처방식 영입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발전과 지원을 고려해 감독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본은 이미 사임을 표명한 지쿠 감독의 후임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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