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기계’ 솁첸코, 제2의 고향 이탈리아 상대로 4강 도전
“이제 내가 우크라이나에 선물을 줄 차례다.”
월드컵 본선 4경기 출장, 2득점. 이 정도면 준수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주인공이 안드리 솁첸코(첼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축구팬들은 그에게 솁첸코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적을 원한다. 이탈리아 세리에A AC밀란에서 7년간 173득점, 리그 챔피언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유럽 올해의 선수 등 월드컵을 제외한 축구판에서 그는 항상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이제 그가 조국 우크라이나에 4강 신화를 선물할 차례다. 상대는 이탈리아. 7월1일 새벽 4시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8강전에서 그는 자신을 키워준 것이나 다름없는 두번째 고향 이탈리아를 상대로 4강을 조준한다.
솁첸코는 지난 27일 열린 스위스와의 16강전 승부차기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경기 뒤 그는 “우리 팀이 내게 승리를 선물로 준 것 같다”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이번 대회 2골도 약체 사우디아라비아,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한골씩 터뜨렸을 뿐이다. 그나마 튀지니전 골은 페널티킥이었다. 그의 ‘몸값’ 2600만파운드(453억원)에 비춰 ‘초라한’ 성적이다.
물론 이탈리아의 ‘빗장수비’가 그에게 호락호락 문을 열어줄 리는 없다. 이탈리아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에서 당시 미셸 플라티니가 버틴 프랑스에 0-2로 패한 이후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다(연장전, 승부차기 제외). 이번 대회에서도 크리스티안 차카르도(팔레르모)의 자책골이 유일한 실점일 정도로 완벽한 수비를 자랑한다. 마음먹고 수비로 나선다면 좀처럼 뚫기 어려운 팀이 이탈리아다. 우크라이나가 선제골을 허용하면 힘들어지는 셈이다.
다만, 이탈리아는 중앙수비수 알레산드로 네스타(AC밀란)와 마르코 마테라치(인테르밀란)가 부상과 퇴장으로 출장하지 못해 솁첸코를 막는 부담이 더 커졌다. 월드컵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떠나는 솁첸코가 그의 옛 동료들(알베르토 질라르디노, 안드레아 피를로, 젠나로 가투소, 필리포 인차기 등 이상 AC밀란)에게 비수를 꽂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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