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종가’ 꺾고 40년 만에 4강 진출
“신의 손이 잉글랜드의 앞길을 막았다.”
포르투갈의 문지기 히카르두(30·스포르팅 리스본)가 2일 겔젠키르헨에서 벌어진 잉글랜드와 8강전 승부차기에서 3개의 슛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포르투갈을 40년 만에 4강에 올려놓았다. 월드컵 역사상 승부차기에서 문지기가 3번이나 상대 슛을 막아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승부차기에서 보여준 히카르두의 선방은 ‘신의 재림’이라고 할 만했다. 그는 잉글랜드의 1(프랭크 램퍼드), 3(스티븐 제라드), 4번째(제이미 캐러거) 키커들의 킥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해 막아냈다.
캐러거(리버풀)와의 심리전은 이날 승부차기의 하이라이트였다. 포르투갈의 네번째 선수인 포스티가(AS생테티엔)가 킥을 성공시켜 스코어 2-1인 상황. 긴장한 캐러거는 심판이 휘슬을 불기 전에 공을 골대 왼쪽 위로 차 넣었다. 심판은 다시 찰 것을 지시했고, 오른쪽과 왼쪽을 놓고 둘 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캐러거는 첫번째와 다른 쪽 방향을 선택했고, 이를 감지한 히카르두는 자신의 오른쪽으로 낮게 깔리는 캐러거의 슛을 다이빙하며 막아냈다.
이어 포르투갈은 마지막 키커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슛을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히카르두는 2001년 6월부터 포르투갈대표팀 주전 수문장으로 54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비토르 바이아(FC포르투)에게 주전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잉글랜드만 만나면 그의 손은 “신들린 듯” 꿈틀거렸다.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 8강에서도 두 팀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결과는 포르투갈의 6-5 승리. 히카르두는 당시에도 잉글랜드의 마지막 키커 다리우스 바셀(맨체스터 시티)의 슛을 막아낸 뒤 마지막 키커로 나서 킥을 성공시켰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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