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이 11골’ 이탈리아 - ‘4명이 8골’ 프랑스
‘다품종 소량생산’대 ‘주문식 명품제작’?
독일월드컵 결승에 오른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탈리아가 포지션과 주전-후보 가릴 것 없이 많은 선수들이 ‘소량의’ 골을 넣는 스타일이라면, 프랑스는 반대로 공격수와 일부 미드필더들에게 집중되는 골 분포를 보이고 있다.
결승까지 오는 6경기 동안 11골을 터뜨린 이탈리아엔 골맛을 본 선수가 무려 10명이나 된다. 우크라이나와의 16강전에서 2골을 터뜨린 루카 토니(피오렌티나)를 제외하고 9명이 1골씩 터뜨린 셈. 포지션도 제각각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안드레아 피를로(AC밀란)와 중앙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인테르밀란)가 조별리그에서 1골씩 넣으며 맹활약했다. 토너먼트에선 양쪽 윙백인 잔루카 참브로타(유벤투스)-파비오 그로소(인테르밀란)가 각각 8강전과 4강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을 결승까지 올려놓았다.
주전-후보의 차이도 무의미하다. 빈첸초 이아퀸타(가나전), 필리포 인차기(체코전), 알레산드로 델피에로(독일전)는 후반 또는 연장전에 교체투입돼 추가골을 터뜨렸다. 부상당한 수비수 알레산드로 네스타(AC밀란)의 대타로 출전한 마테라치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월드컵 한 대회 최다선수 득점기록은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당시 프랑스대표팀이 세운 16골 10명이다. 10일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또 다른 선수가 득점판에 이름을 올리면 이탈리아는 새 기록을 세우게 된다.
반면,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과 티에리 앙리(아스널)를 중심으로 공격이 이뤄지는 프랑스는 둘의 발끝에서 8강전과 4강전의 승부가 갈렸다. 프랑스가 쏘아올린 8골 중 원톱 앙리가 3골을 터뜨렸고, 지단과 파트리크 비에라(유벤투스)가 2골씩 보태며 이름값을 했다. 여기에 신예 프랑크 리베리(마르세유)가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많은 골을 넣지 않았지만 최소한의 자원으로 공격을 이끈 레몽 도메네크 감독의 전략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공수 역할분담이 뚜렷하고 원톱 시스템을 선호하는 그의 스타일이 잘 묻어나는 부분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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