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7.5점)-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 좋았고 멋진 선제골의 주인공. 이동국(7.5점)-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모습, 골만 넣었다면 오늘의 MVP. 이천수(7.0점)-빠른 움직임과 침착한 슈팅으로 골까지!’(사커월드 ‘울트라솔이’)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잇따라 평가전을 벌이고 있는 축구대표팀을 상대로 한 ‘평점놀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면서 우리나라 축구 팬들도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의 활약도를 점수로 환산해 발표하는 평점제도에 익숙해지고 있다. 박지성, 이영표의 경기가 끝난 다음 날에는 ‘돌아온 박지성에 평점 9점’, ‘이영표 깔끔한 플레이, 평점 7점’ 등의 기사가 어김없이 누리꾼들의 마우스를 붙잡는다.
프리미어리그에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도 국가대표팀 경기 등에 본격적인 평점 매기기가 시작되었다.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포털사이트와 축구 전문 사이트를 중심으로 국가대표팀 평가전에 대한 평점매기가 한창이다. 해외에서는 주로 스포츠신문 등 언론사가 평점 매기기를 하고 있으나 한국은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누리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평점제도는 경기의 승패를 떠나 선수 개인별 평가와 개선점을 제시함으로써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팬들에게는 더욱 재미있게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평가다.
프리미어리그 평점은 어떻게 매기나?
오랜 역사, 리그 최우수 선수 선정에 참고로 사용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에 대해 선수 개별적인 평점을 25년째 매기고 있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울버햄프턴전 뒤 박지성에게 가장 높은 9점을 매겼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는 30일 무릎부상으로 4주만에 복귀해 설기현 선수가 뛰고 있는 울버햄프턴과의 FA컵 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경기가 끝난 뒤 맨체스터의 지역신문인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박지성에게 팀 내 최고 평점인 9점을 매겼고, “빠른 속도로 주전 선수로 자리 잡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니는 전광석화 같은 습격자”라는 찬사를 덧붙였다. 영국 스포츠전문매체인 〈스카이스포츠〉는 지난해 10월1일 맨체스터가 풀햄과의 프리미어리그 원정경기에서 3-2로 승리한 뒤 박지성에게 9점을 매긴 바 있다.
영국 언론들의 후한 점수는 밤잠을 설치며 새벽까지 경기를 지켜본 시청자들에게 박지성의 활약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축구역사가 오래된 영국에서는 평점제도가 선수들의 활약상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지난해 평점 제도를 시작했으며 프리미어리그뿐 아니라 챔프언스리그, 월드컵 예선과 본선을 포함한 각종 국제 경기를 대상으로 평점을 매기고 있다. 해당 경기를 취재한 기자가 경기 뒤 평점을 매기고, 선수의 전체적인 경기 수행 능력과 팀 기여도 등이 평가의 주요 기준이다. 스카이 스포츠의 평점은 4점(못함), 5점(평균 이하), 6점(평균, 특별히 인상적인 것 없음), 7점(잘함, 인상적), 8점(아주 잘함, 영향을 많이 끼침) 9점(뛰어남, 정상급 플레이), 10점(아주 훌륭함) 등 4~10점을 준다. 올 시즌에는 아직 평점 10점을 받은 선수가 없고, 베컴, 긱스, 반 니스텔루이, 루니 등이 10점을 받은 정도다. 스카이스포츠의 평점은 지난해 이를 근거로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를 선정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선수 평점을 매긴 역사가 25년이 넘고 10여년 동안 한 명의 기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의 평점을 매기고 있다고 한다.(국제심판 홍은아씨의 <중앙일보> 기고글 참조)
포털, 축구 전문 사이트 등 대표팀 평점 매기기 인기
전문가 평점은 물론 누리꾼 실시간 참여가 특징
‘전문가가 평가하는 네이버 축구 평점’ 사이트.
한국도 그 동안 평점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스포츠신문 등이 대표팀 경기나 K-리그를 대상으로 선수 평점을 매겨 왔으나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박지성, 이영표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진출로 국내 팬들에게도 평점 제도가 익숙해진 데다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평점제도가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포털사이트다. 평점제도를 발빠르게 도입해 누리꾼들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월드컵 마케팅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유사하게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함께 평점을 매기도록 해 전문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 네이버는 ‘전문가가 평가하는 네이버 축구 평점’ 사이트를 개설해 대표팀 A매치와 태극 전사들이 활약하는 해외 리그 경기를 대상으로 축구 전문가들의 경기 분석 및 선수별 평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로 강신우 대한축구협회 상임이사, 박문성 SBS 해설위원을 비롯해 스포츠신문 축구 담당기자 등 5명이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 축구 평점은 4점(매우 못함), 5점(못함), 6점(평범), 7점(잘함), 8점(매우 잘함), 9점(최고), 10점(완벽) 등으로 스카이스포츠의 점수체계를 그대로 응용했다. 평점은 개별 선수들의 팀 기여도, 전술 소화력, 컨디션, 투쟁력 등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또 전문가들이 선수 개인별 활약상에 대한 평가를 간략하게 덧붙여 계량적 평가와 함께 제공하고 있어 재미를 더 한다.
네이트닷컴도 ‘가자! 2006 독일’이라는 특집 페이지를 열고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평점매기기를 하고 있다. 누구나 로그인 뒤 선수들의 활약상에 따라 4~10점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다. 경기전에 누리꾼들이 예상 ‘베스트 11’를 뽑아 보는 이벤트도 흥미롭다. 네이트닷컴은 특히 이벤트 참가자를 대상으로 독일 왕복 항공권과 팀가이스트 축구공, 국가대표팀 유니폼 등의 선물도 내걸었다.
언론사 가운데는 <오마이뉴스>가 ‘태극전사 평점주기’ 사이트를 열어 누리꾼들의 평가와 해당 경기를 취재한 기자의 평점을 나란히 비교해 올려주고 있다.
선수들 기량향상, 팬들에겐 축구 보는 재미 더해
경기장서 보는 것과 달라, 선수 개인에 대한 감정적 평가는 금물
포털처럼 체계적이지 않지만 축구전문 사이트 게시판에서도 선수 평점 매기기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대표적인 곳이 사커월드(www.soccer4u.co.kr) 게시판이다. 이 사이트에는 평점이라는 코너를 따로 마련해 지난해부터 대표팀의 주요경기와 K-리그를 대상으로 평점을 매겼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주요 활약선수의 점수를 온라인 여론조사를 통해 매기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 대표팀 경기와 관련한 평점 매기기는 주로 게시판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이트 회원들이 게시판에 전체적인 경기 평가와 함께 선수들의 활약도와 기여도에 따라 개인별 평점을 올리고, 댓글로 토론을 벌이는 것이 특징이다. 축구 마니아들이 모이는 만큼 전문가 뺨치는 분석이 돋보인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물론 전술에 대한 이해와 기여도 등 세세한 부분까지 치밀하게 분석해 점수를 매긴다.
사커월드 운영자인 유성준씨는 “평점제도는 경기의 승패를 떠나 개별 선수들의 활약상과 팀 기여도를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선수들의 기량 향상은 물론 팬들에게도 축구를 보는 재미를 더할 수 있다”며 “축구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평점제도가 누리꾼들이 참여하는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다”며 “텔레비전을 보는 것은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것과 달리 선수들의 세세한 움직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에 유념하고, 특정 선수에 대해 좋거나 싫은 개인적 감정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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