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노조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신용산역의 엘에스(LS)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KPGA 노조 제공
직원 징계와 인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구자철 회장) 노동조합 파업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 쪽에서는 보복 징계와 인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진 쪽에서는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며 맞서고 있다. 파업이 두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현장 대회 운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프로골프협회 노조는 지난 16일 서울 신용산역의 엘에스(LS)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로스포츠 단체 최초의 파업이 7주 차에 이르렀다.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직장 내 동성 성추행’이 언론에 보도되자, 경영진이 ‘언론 보도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디어 담당자에게 대기발령 2개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고 주장하며 지난 8월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직원 협박 및 책임 전가, 주말 근무 시 대체휴가 삭제, 주 52시간 제도 편법 운영 등이 경영진에 의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경영진 쪽의 입장은 다르다. 김병준 한국프로골프협회 대표이사는 “직원의 징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사권이 파업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징계와 관련한 지방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성추행 가해 의혹을 받는 직원에 대해서는, “사법 당국을 통해 결과가 나오면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 성추행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한 보복 징계가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 “보도 내용을 보고하고, 대처하는 것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프로골프는 노조 파업에도 8~9월 4차례의 대회를 꾸려왔다. 하지만 오랜 노하우를 가진 전문인력의 공백은 운영 면에서 불편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인턴사원을 두고, 간부급 직원들이 현장에서 돌려막고 있지만 30여명의 소규모 조직이어서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종성 의원실은 최근 한국프로골프협회 노동조합과 경영진 쪽과 접촉하며 양쪽의 입장을 들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는 다음 주 현대해상 인비테이셔널을 비롯해 제네시스 챔피언십,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엘지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등 시즌 마지막 4개의 대회를 남겨두고 있다. 총상금 10억원 이상의 굵직한 대회들이다. 여자프로골프와 비교하면 대회 수가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한국프로골프협회 입장에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대회다.
현장에서의 볼멘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한 골프 대행사 관계자는 “파업으로 대회가 중단되지는 않았지만 주최사와 대행사의 할 일이 많아졌다. 대회는 열리고 있지만 질적으로 떨어진다고 본다. 협회의 주인인 선수들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경영진과 노조가 한 발짝 양보해 타협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조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허준 노조 위원장은 “‘무노동 무임금’으로 수개월 파업을 진행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결의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일방통행식의 경영진에 대해 충분한 메시지를 준 만큼 대안을 고민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리적인 해법이 나오면 좋겠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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