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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의 무회전 킥] 손웅정과 박용택, 그 ‘비범함’의 세계

등록 2021-11-04 17:25수정 2021-11-05 02:33

축구와 야구의 두 ‘거인’ 자서전 출간
타협 모르는 ‘반골’과 ‘자유’의 정신 번뜩
손흥민 골은 ‘저축한 것 인출’ 비유 가능
박용택 2504개 안타 뒤 ‘초인적 노력’ 있어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수오서재 제공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수오서재 제공
비범함이란 무엇인가? 누구의 소유인가?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수오서재 간)와 박용택의〈오늘도 택하겠습니다〉(글의온도 간) 두 권의 책이 주는 화두다.

흔히 비범함은 정치인이나 과학자, 장군 등의 전유물처럼 생각돼왔다. 보통 사람들은 ‘민초’나 ‘장삼이사’, ‘무명씨’로 통칭해 왔다. 두 그룹을 지칭하는 말(접미사)부터 이미 위계나 차이를 두고 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국가대표 축구 B팀에 뽑혔고, 20대 중반 부상으로 은퇴한 프로 선수(37경기 7골) 손웅정도 철저한 무명이다. 지금까지도 그는 손웅정보다는 ‘손흥민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범함의 기준을 남과 다른 것,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기존 질서와 타협하지 않는 것, 초인적인 노력 등으로 본다면 그는 비범함 그 자체다.

손웅정의 인생은 흔한 말로 ‘또라이’의 행로였다.

아들 손흥민은 7년간 친척 집도 가지 않고, 하루도 빠짐없이 리프팅 등 기본기 훈련을 했다. 그런 뒤 트래핑, 패스, 킥, 드리블 등의 훈련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골문 앞 양 측면과 중앙에서 “슈팅 연습만 3년을 했을” 때 감을 잡았다고 한다. 손흥민이 18살 때부터 5년간 상상을 초월하는 근력 훈련을 한 것은 거친 유럽축구에 대비한 것이었다. 이 모든 일은 “하루 20~30㎝까지 자라는 대나무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5년이 필요하다”고 믿는 아버지의 철칙에서 이뤄졌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쉽게 쉽게 넣은 것처럼 보이는 골은 경기 상황에서 운 좋게 터트린 것이 아니다. 한골당 수많은 노력의 시간이 들어가 있고, 그래서 ‘저축하고 저축한 것을 빼먹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손웅정은 아들의 성공을 전략적으로 설계한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는 “흥민이를 가르치며 무슨 부귀영화를 생각했겠는가. ‘네가 행복하게 볼 차면 된다’라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큰아들 흥윤과 둘째 흥민이 공 차고 싶다고 했을 때 그는 “축구, 정말 힘들다”라고 미리 알렸다. 그 뒤엔 때로는 엄한 아버지로, 때로는 ‘행복한 볼 보이’로, 콘테이너에 살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두 가지 생활태도에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청소’와 ‘독서’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유소년 팀 숙소 화장실의 누런 때를 수세미로 박박 밀어 닦는다. 현재 살고 있는 영국 집에서는 새벽 4시 반부터 일어나 조용하게 걸레를 잡는다. 아들이 훈련장에 나가면 2시간 동안 먼지 하나 없이 집안을 정돈하면서, “사색하고, 반성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한다.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살피는 것은 독서에서 완성된다. “지금도 주문한 책이 올 때 가장 기쁘다”는 그는 연간 100여권의 책을 읽는다. 자서전에서 다양한 고전을 인용한 것은 그의 독서량을 보여준다. 세 가지 색깔의 펜으로 핵심 내용을 구분한 뒤, 독서노트로 옮겨 적으면 책은 버린다. 외형보다 내면을 중시하는 그의 생활 자세다.

손웅정은 “아이들을 정말 혹독하게 키운 것을 변명할 생각은 없다. 다만 공 차겠다는 아이들을 위해 내 깜냥 안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아들 손흥민이 받았을 울림의 정도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손웅정과 손흥민. 수오서재 제공
손웅정과 손흥민. 수오서재 제공
박용택의 책 또한 ‘일가를 이룬’ 거인의 행적을 느끼게 해준다. 그가 프로 19년간 쌓은 2504개 안타 신기록은 그냥 주어진 게 아니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100번이라도 폼을 바꾸고, 어두운 가로등 아래서 휴지로 만든 공을 향해,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배트를 휘두른 결과다.

그가 콧수염을 기른 것은 멋을 내기 위한 게 아니다. “안타를 친 날 침대에서 왼발부터 내려왔다면 다음날도 왼발부터”라는 고집처럼, 다른데 신경을 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30대 10년간 최초의 3할 타자로 더 성장한 비결이다.

2009년 타격왕 논란으로 얻은 ‘졸렬택’, 팬들과의 직설적인 대화로 얻은 ‘부담택’, 이제는 최고의 해설가로 ‘해설택’이라 불리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별칭은 ‘팬덕택’이다.

둘의 책은 앨릭스 퍼거슨의 <나의 축구, 나의 인생>(문학사상 간)처럼 두툼하지 않다. 하지만 2002년 홍명보 감독의 <영원한 리베로>(은행나무 간) 등 자서전류의 책이 나온 이래, 내용의 밀도와 깊이를 더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외부 세계가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자기 언어로 스피커의 볼륨을 높이는 것과 같다. 그 핵심엔 스포츠에 대한 존중의 욕망이 있어 보인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손웅정. 수오서재 제공
손웅정. 수오서재 제공

박용택. 연합뉴스
박용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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