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엘리자벳(가운데)이 팀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V리그 막내가 스타군단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승리에 도전한다.
‘제7구단’ 페퍼저축은행은 오는 16일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을 상대로 안방 첫 승을 노린다. 지난 9일 기업은행을 원정에서 3-1로 꺾으며 창단 첫 승을 챙긴 지 1주일 만이다.
승리의 열쇠는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22)이 쥐고 있다. 엘리자벳은 지난 기업은행과 경기에서 혼자서 무려 39득점을 뽑아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페퍼저축은행의 총 득점(97점) 가운데 약 40%를 책임졌다. 엘리자벳은 경기 도중 특유의 활달함으로 동료들을 독려하며 앞장서서 팀의 정신력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했다.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엘리자벳에 대해 “자랑할 게 너무 많은 선수”라며 “의식구조가 긍정적이고, 항상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훈련에도 항상 일찍 나오고, 연습할 때는 옆에서 들으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괴성을 지르며 최선을 다하는데 이런 부분이 동료들에게도 정신적인 보탬이 된다”고 설명했다.
적응력도 뛰어나다. 김 감독은 “엘리자벳이 자비로 영양사를 고용해 향토 음식인 루마니아 음식을 챙겨 먹고, 도시락을 싸와서 선수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동료들을 위해 커피를 수십 개씩 사오고, 훈련에도 항상 일찍 나온다”고 귀띔했다. 또 “(주장) 이한비와 의기투합도 잘 되고,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과) 세대가 비슷하다 보니 소통이 잘 된다. 우리 선수들이 벤치마킹하고 배울 게 많은 선수”라고 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1승6패(승점 4)로 6위에 머물러 있지만, 기대보다 빨리 첫 승을 챙기며 기세가 올라온 상황이다. 김형실 감독은 앞서 첫 승 뒤 “팬들도 늘고 선물도 많이 들어오고, 선수들 입장에선 벌써 일류팀이 된 기분일 것”이라며 “팀 분위기는 60∼70% 잡혔다.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 김희진이 9일 경기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 경기 도중 무릎을 다친 뒤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다. KOVO 제공
한편 기업은행은 절치부심이 필요하다. 김희진·김수지·표승주 등 올림픽 스타를 대거 보유한 기업은행은 올 시즌 충격의 7연패를 당하며 창단 이래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더욱이 김희진마저 무릎 부상으로 출장이 불투명하다.
두 팀의 경기는 16일 저녁 7시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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