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케이티(kt)의 김영환(왼쪽)이 26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 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농구 경기에서 서울 에스케이(SK)의 자밀 워니와 공을 다투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지금 25점 앞서야 되는데….”(서동철 kt 감독)
“끝까지 해야 할 것 아냐.”(전희철 SK 감독)
4쿼터 한때 20점 차까지 벌어졌던 경기는 막판 요동쳤다. 양 팀 선수들은 물론 사령탑들의 마음도 시커멓게 탔다. 하지만 선수들을 다독이거나 추동하는 것이 감독의 몫이다. 앞서가던 서동철 수원 케이티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러 “훨씬 더 앞서갈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주문했고, 뒤지던 전희철 서울 에스케이 감독은 “지더라도 최선의 플레이를 펼치라”고 요구했다. 결국 우열은 바뀌지 않았지만, 20점에서 한때 2점 차까지 줄어든 격차는 스포츠 드라마의 단면이었다.
서동철 감독이 이끄는 케이티는 26일 수원 케이티 아레나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농구 에스케이와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 캐디 라렌과 양홍석, 허훈 등을 앞세워 86-82로 이겼다. 케이티는 승수를 추가하며 선두(20승6패)를 굳건히 했고, 공동 선두를 노렸던 에스케이는 18승8패가 됐다.
케이티는 이날 승리로 1, 2라운드 에스케이전 패배를 설욕했고, 올 시즌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완성했다. 안방 경기 9연승으로 역대 타이기록까지 세워 의미가 컸다. 무엇보다 올 시즌 잠재적인 우승컵 경쟁자인 에스케이를 제압해 기쁨이 두배였다.
서동철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제대로 붙어보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1, 2라운드에는 허훈이 빠져 있어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케이티에는 허훈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케이티의 외국인 선수 라렌은 이날 초반부터 골밑을 장악하며, 득점(27점)과 튄공잡기(12개) 등에서 승리의 밑돌을 놓았다. 포워드 양홍석(15점)도 적절한 순간에 영양가 높은 득점으로 우세를 유지시켰고, 허훈(12점)과 정성우, 김동욱, 김영환 등 선수들의 역할 분담으로 강팀의 면모를 과시했다.
1쿼터부터 앞서간 케이티는 전반(47-34)에 두 자리로 격차를 벌렸고, 3쿼터에는 허훈의 3점포까지 가세하면서 18점 차(74-56)로 달아났다.
케이티는 4쿼터에 불붙은 에스케이의 외곽포와 스피드 농구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에스케이는 안영준의 연속 3점포 두방과 오재현의 잇따른 득점, 자밀 워니의 착실한 골밑슛으로 격차를 좁혀, 종료 1분48초께 케이티를 5점차로 뒤쫓았다.
달아나야 하는 케이티에서는 양홍석이 종료 1분여를 남기고 자유투 1득점을 올렸고, 에스케이는 공격권을 빼앗으며 안영준(자유투 1점)과 종료 7.3초 전 나온 최준용의 2점을 보태 추격을 폈다. 하지만 케이티의 정성우가 종료 4.4초를 남기고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키면서 올 시즌 최다인 2천 관중 앞에서 짜릿한 4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날의 수훈 선수인 케이티의 양홍석은 “이기려고 벼르던 팀인 에스케이를 잡아 기분이 좋다. 상대가 신장이 크고 공을 잘 다루기에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경기에서는 현대 모비스가 한국가스공사를 104-65로 대파했다. 두 팀은 모두 12승13패가 됐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26일 전적
kt 86-82 SK, 한국가스공사 65-104 현대모비스, 오리온 66-64 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