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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의 여기 VAR] ‘열정’ 막내들이 불어넣는 뜨거운 긍정 에너지

등록 2022-01-19 15:44수정 2022-01-20 02:31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18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기업은행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18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기업은행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V리그 여자부 막내가 시즌 2승째를 거뒀다. 페퍼저축은행은 18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을 3-0으로 완파했다. 첫 안방 승리다. 지난해 11월9일 기업은행을 꺾고 사상 첫 승리를 거둔 지 약 2달 만이다. 이날 승리로 페퍼저축은행은 17연패 늪도 빠져나왔다.

올 시즌 페퍼저축은행은 2승22패로 리그 꼴찌다. 시즌 6경기 만에 승리를 따내며 예상보다 빠른 첫 승을 거뒀지만 그 뒤로 끝없는 부진이 이어졌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패배의 아픔은 쓰디 썼다. 안방 팬들에게 오랫동안 승리를 안기지 못했다는 미안함도 컸다. 이날 승리 뒤 김형실(70) 감독이 “광주 시민과 팬들이 22패를 할 때까지 관대하게 기다려줬다”고 말한 이유다.

성적과 별개로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리그에서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승리 때마다 이슈를 만들며 여자배구 흥행을 이끌고, 기업은행에만 2승을 거두며 벌써 맞수 구도를 형성했다. 최근 부정적 이슈가 많았던 리그 전체에 막내들이 앞장서서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페퍼저축은행에 대한 관심의 결이 달라졌다. 시즌 초반만 해도 객관적 전력이 부족한 페퍼저축은행이 과연 몇 승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함께 울고 웃으며 최선을 다하는 막내들의 성장 드라마 자체에 집중하는 팬들이 늘어났다. 염주체육관에 걸린 “1승이라도 좋다. 연패라도 좋다. 신나게만 해달라”는 걸개는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페퍼저축은행 주장 이한비. KOVO 제공
페퍼저축은행 주장 이한비. KOVO 제공

무엇보다 선수들의 열정이 팬들의 마음을 울렸기에 가능한 일이다. 13연패 뒤 참았던 눈물을 펑펑 흘렸던 주장 이한비(26)가 안방 첫 승 뒤 “무엇보다 안방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게 정말 기쁘다. 울컥했는데, 오늘은 웃는 날”이라며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은, 올 시즌 페퍼저축은행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최고령’ 김형실 감독과 평균 나이(21.4살)가 가장 어린 여자배구 막내들의 조화도 볼거리다. 김 감독은 자신을 “꼰대”라고 부르며 “손녀딸뻘”인 선수들과 함께 하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잇단 패배에 지친 선수들을 토닥이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 부드러움에 푹 빠진 팬들은 그를 “할바리니”(할아버지+라바리니 전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라고 부르며 열광한다.

사실 ‘에이아이(AI) 페퍼스’라는 팀 이름에는 현대 스포츠의 주류인 데이터 기반 스포츠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실제로 페퍼스에선 보다 원초적인 스포츠의 감동이 느껴진다. 팬들이 느끼는 건, 마치 어린 시절 운동장에 계주 주자로 나선 제일 연약한 친구를 목놓아 응원하던 감정에 가까워 보인다. 앞으로 페퍼스가 보여줄 매운맛을 더욱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선수들이 패배에 좌절하지 않고, 시즌 마지막까지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길 바란다.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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