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스(GS)칼텍스 선수들이 2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득점 뒤 기뻐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2021~2022시즌 여자부 마지막 경기가 됐다. KOVO 제공
코로나19가 또다시 여자배구의 봄을 앗아갔다.
V리그 여자부가 조기 종료됐다. 페퍼저축은행과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와, 중단이 불가피했다. 결정이 내려진 것은 21일 저녁. 한창 흥국생명과 지에스(GS)칼텍스가 치열하게 맞붙던 때였다. 양 팀 감독과 선수단은 경기가 끝난 직후에야 이날 맞대결이 올 시즌 마지막 경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코트는 당혹감과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 이날 3-0으로 승리를 거둔 지에스칼텍스 강소휘(25)는 “(팀 동료) 모마랑 울다가 왔다. 기분이 좋지 않다”라며 “너무 열심히 굴렀는데 이렇게 끝나서 억울하다”고 했다. 지에스칼텍스는 리그 3위로, 전날(20일)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상태였다. 구슬땀으로 준비한 봄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2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지에스칼텍스와 경기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KOVO 제공
뜻밖에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된 박미희(59) 흥국생명 감독은 안방 팬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박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경기를 하는 사이에 시즌 종료가 결정됐다. 늘 어떤 일을 마무리할 때는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눈물이 조금 나온 것 같다”라며 “지금 뛰는 선수들이 흥국생명의 미래다. 올해 힘든 과정을 겪은 만큼 다음 시즌에는 더 많은 경기에서 이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8년을 이끌어온 흥국생명 지휘봉을 내려놨다.
가장 아쉬움이 큰 팀은 현대건설이다. 정규리그 1위를 달리던 현대건설은 올 시즌 여자부 역대 최고 승률(90.3%·28승3패)에 단일 시즌 최다승·최다 승점·최다 연승 등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8월 컵대회에서 이미 우승한 터라, 구단 사상 첫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프전 우승)까지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승’이 아닌 ‘정규리그 1위’ 타이틀에 그치게 됐다. 현대건설은 2년 전에도 정규리그 1위에 올랐지만,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돼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이 현대건설 이다현(오른쪽), 정지윤과 함께 지난 1월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V리그 올스타전에서 춤을 추고 있다. KOVO 제공
올 시즌 현대건설을 이끈 강성형(52) 현대건설 감독은 선수들을 걱정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강 감독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2년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어 걱정했다. 선수들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좋은 경험을 했고 기록도 세웠다. 챔프전은 내년을 위해 남겨둔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부임한 강성형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팀을 하나로 묶어내며, 지난 시즌 최하위(6위)에 머물렀던 현대건설을 강팀으로 되돌렸다.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KOVO 제공
15년 만에 V리그에 복귀한 김형실(70) 페퍼저축은행 감독 또한 처음 겪는 사태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막내 구단으로서 첫 시즌을 치렀다. 김 감독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선수들이 고군분투하며 온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팬들에게 죄송하기도 한 마음”이라며 “아쉽지만, 선수 보호를 위한 결정이라는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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