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손해보험 케이타가 7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마지막 득점이 터지는 순간, 관중석을 가득 채운 노란 물결이 파도치기 시작했다. 박수로 응원을 보내던 팬들은 참아왔던 함성과 환호를 터뜨렸고, 선수들은 서로를 감싸 안으며 포효했다. 케이비손해보험이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쓰며 챔피언결정전을 최종 3차전으로 끌고 가는 순간이었다.
케이비손해보험은 7일 안방인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3전2선승) 2차전에서 3-1(18:25/25:19/27:25/25:18)로 이겼다. 먼저 1세트를 내준 케이비손해보험은 잇달아 3개 세트를 따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케이비손해보험은 이날 ‘배수진’을 칠 정도로 상황이 어려웠다. 코로나19로 단축되어 치러지는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을 내어준 상황. 단 한 번만 더 지면 우승컵을 놓친다는 중압감은 큰 무대 경험이 작은 선수들을 짓눌렀다. 선수 대부분이 챔피언결정전 경험이 있는 대한항공과 달리, 케이비손해보험은 단 4명만 ‘왕좌의 게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후인정 케이비손해보험 감독도 경기 전 “선수들이 심적으로 부담스럽고 힘들 것”이라고 했다.
케이비손해보험 김홍정(왼쪽)과 황택의가 7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득점이 터진 뒤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케이비손해보험이 믿을 것은 에이스 노우모리 케이타(21)였다. 지난 1차전 때 다소 부진했지만, 후인정 감독은 “케이타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어느 팀에도 없다”라며 믿음을 보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케이타는 이날 1세트에서 5득점에 그치며 무딘 모습을 보였다. 케이비손해보험은 결국 1세트를 7점 차이(18-25)로 내줬고, 기세를 탄 대한항공이 우승을 확정할 듯 보였다.
반전은 2세트부터 일어났다. 안방 관중의 뜨거운 응원을 받은 케이타는 2세트 들어 다시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쳐져 있던 그의 어깨도 점점 들썩였다. 1차전 때 세트스코어 1-2로 밀린 4세트 때 10점 차이(15-25)까지 밀리며 쉽게 무너졌던 케이비손해보험은 케이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경기력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케이비손해보험 케이타가 7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OVO 제공
백미는 3세트였다. 케이비손해보험이 19-24까지 밀린 상황. 가까스로 1점을 내며 20-24까지 추격했지만, 여전히 경기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였다. 1점만 내주면 세트를 내줘야 하는 그때, 케이타의 ‘쇼’가 시작됐다. 케이타는 후위공격-후위공격-후위공격-후위공격-스파이크 서브에 잇달아 성공하며 혼자서 5점을 몰아쳤다. 믿기 어려운 활약에 의정부체육관은 뜨겁게 타올랐고, 케이비손해보험은 결국 듀스 끝에 27-25로 3세트를 따냈다. 올 시즌 케이타가 왜 ‘최고’라고 불렸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기세를 탄 케이비손해보험은 4세트까지 가져오며 결국 승부를 3차전까지 끌고 갔다. 케이타는 35득점으로 ‘원맨쇼’를 펼쳤다. 1승1패를 기록한 두 팀은 이제 9일 대한항공 안방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우승컵을 둘러싼 마지막 맞대결을 펼친다. 대한항공은 2년 연속 통합우승을 노리고, 케이비손해보험은 창단 이래 처음 진출한 챔피언결정전에서 역사상 첫 우승컵에 도전한다.
의정부/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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