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천사의 어머니 강명자씨가 딸과 함께 스케치북으로 만든 리라초등학교 시절의 상장 일기를 펼쳐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변천사의 이런 상장 일기는 10여권이나 된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47살에 낳은 딸과 스케이트 배워 지도자 자격증도
“늦둥이 ‘천사’ 가 이젠 절 위로하네요”
“늦둥이 ‘천사’ 가 이젠 절 위로하네요”
“엄마, 괜찮아요?”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변천사(19·서울 양천구 신목고3)가 오히려 어머니 강명자(66)씨를 위로했다.
지난 19일 새벽(한국시각)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진선유 최은경에 이어 3위로 들어온 딸은 동메달의 기쁨을 느낄 틈도 없이 납득하기 어려운 ‘밀기반칙’으로 실격을 당했다. 딸의 전화를 받은 강씨는 억울해 하는 딸이 ‘펑펑’ 우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딸은 “엄마 혈압이 높은데 괜찮냐”며 울음을 그치고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안타깝기야 본인만 하겠어요.” 엄마와 딸은 그렇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이다.
강씨는 결혼한 지 22년 만인 1987년, 47살의 나이에 차병원에서 늦둥이이자 외동딸인 천사를 어렵사리 얻었다. “늦게 둔 자식이라 그런지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야겠다 생각했어요.” 처음엔 딸에게 수영을 가르치려 했다. “천사가 물을 무서워하길래 스케이트로 바꿨죠. 5살 때였어요. 3개월 연습하고 시합에 나갔는데 초등학생들보다 기록이 좋더라고요.”
강씨도 젊었을 적엔 수영 골프 수상스키 등 못하는 운동이 없었다. “한강을 여러번 헤엄쳐 건넜어요. 그 기운이 딸한테 그대로 전해진 셈이죠.”
강씨는 딸과 함께 스케이트를 배웠다. 딸에게 용기를 주려고 시작했지만 스케이트 지도자 자격증도 땄고, 1992년부터 8년 동안 초등학교 빙상경기연맹 회장도 지냈다.
“어린 나이에 혼자 둘 수 없어서 같이 배우다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거죠. 나이든 엄마라 천사가 주눅들지 않도록 내가 더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도 했구요.” 부모이자 훌륭한 선생이며 친구 노릇까지 함께 한 셈이다. 변천사의 2년 선배인 안현수가 졸업한 신목고의 빙상팀도 강씨가 딸의 장래를 위해 직접 나서서 만들었다.
2004년 대표팀 구타 파문으로 딸을 포함한 국가대표들이 선수촌을 이탈한 사건이 발생했다. “‘힘들어 못하겠다’며 당시 내가 다니던 절로 찾아왔더군요. 그때도 천사는 의젓했어요. 열심히 할거라며 저를 위로했으니까요.” “딸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나온다”는 강씨. 그러면서도 딸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천사는 하늘나라 천사가 아니라 내 천(川)에 모래 사(沙)예요. 냇가의 수많은 모래 중에 단연 돋보이라는 뜻이 담겼죠.” 강씨는 1959년 충남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김인식 한화 감독이 다녔던 동대문상고에서 교편을 잡는 등 이미 교육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23일 새벽 금메달 재도전 변천사는 23일 오전 3시30분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 진선유(18·광문고) 최은경(22·한국체대) 강윤미(18·과천고) 등과 나서 다시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이 우승하면 이 종목 4연패의 금자탑을 쌓게 된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2004년 대표팀 구타 파문으로 딸을 포함한 국가대표들이 선수촌을 이탈한 사건이 발생했다. “‘힘들어 못하겠다’며 당시 내가 다니던 절로 찾아왔더군요. 그때도 천사는 의젓했어요. 열심히 할거라며 저를 위로했으니까요.” “딸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나온다”는 강씨. 그러면서도 딸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천사는 하늘나라 천사가 아니라 내 천(川)에 모래 사(沙)예요. 냇가의 수많은 모래 중에 단연 돋보이라는 뜻이 담겼죠.” 강씨는 1959년 충남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김인식 한화 감독이 다녔던 동대문상고에서 교편을 잡는 등 이미 교육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23일 새벽 금메달 재도전 변천사는 23일 오전 3시30분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 진선유(18·광문고) 최은경(22·한국체대) 강윤미(18·과천고) 등과 나서 다시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이 우승하면 이 종목 4연패의 금자탑을 쌓게 된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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