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에스케이(SK)의 김선형(왼쪽부터), 자밀 워니, 최준용. KBL 제공
구단 첫 통합우승. 컵대회 우승과 정규시즌 1위에 이은 트레블(3관왕) 완성. 구단 최다인 15연승 대기록과 감독상 및 최우수선수(MVP) 석권까지.
서울 에스케이(SK)는 2021∼2022시즌 한국프로농구(KBL) 생태계의 ‘밸붕(밸런스 붕괴)’을 초래한 지배자였고 그 중심에는 ‘빅3’ 김선형(34), 최준용(28), 자밀 워니(28)가 있었다. 기량도 개성도 출중한데다 승부욕까지 갖춘 이 ‘농구도사’들이 “코트 위에서 어우러지도록 거들었을 뿐”이라고 전희철 에스케이 감독은 말한다. 겸양의 표현이지만 그의 말에는 뼈가 있다. 이 셋은 이른바 ‘엠브이피(MVP)급 에이스’가 아니라 실제 ‘엠브이피’이기 때문이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를 수상한 김선형. KBL 제공
삼각편대의 맏이 김선형은 이번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에스케이 입단(2011년 드래프트 2순위) 후 11시즌을 보내면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 올스타전 최우수선수에는 뽑혔지만 챔프전의 주인공이 된 것은 처음이다. 정규시즌 후반부를 부상으로 쉬어갔던 그는 이번 챔프전 5경기에서 평균 32분을 뛰면서 17.4득점(4위) 6.8도움(1위)을 기록, 시리즈 내내 속공 농구의 선봉에 섰다.
돌파부터 외곽슛까지 두루 갖춘 그는 에스케이의 가속페달이었다. 유로스텝을 밟으며 상대 페인트존을 휘젓고, 오픈 찬스가 나면 깔끔한 3점으로 림을 가른다. 화려한 결정샷 뒤에는 어김없이 세리머니 쇼타임이 이어진다. 이상윤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박빙의 순간에 득점하는 것을 즐긴다. 다른 선수들은 서로 미루는데 (김선형은) 즐긴다. 국가대표 주전 가드로서 경험과 기량도 갖춰 아주 막기 힘들다”고 평했다.
김선형은 챔프 전 미디어데이에서 “우리가 시리즈를 잡을 것이고 화려함도 뒤질 생각이 없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했다. 그는 최우수선수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미스매치 아닌데요?” 무결점 공수겸장 최준용
최준용은 지난달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만장일치(109표)에 5표가 모자랐다. 지난 시즌 부상과 재활, 구설수로 코트 안팎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그는 스스로 체감할 만큼 올 시즌 “농구에 눈을 떴다.” 리바운드 후 멀리 뿌려주는 아웃렛 패스, 감각적인 노룩 침투 패스 등 경기 조율부터 미드레인지 게임과 3점에 내외곽 수비까지 현재 최준용은 공수 양쪽에서 결점이 없다.
조현일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패스·슛·수비를 결정하는 판단력이 엄청 좋아졌고, 예전에는 강점이 아니었던 슛도 캐치 앤 슛이든 풀업이든 모두 좋다. 1대1 스위치, 팀 수비, 블록 다 잘하는 완벽한 다재다능 포워드가 됐다”고 말했다. 최준용은 챔프전 5경기 기준 평균 3점 3개(2위·성공률 41.7%), 블록 1.8개(1위)를 기록했다. 그의 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오마리 스펠맨도 오세근도 여차없이 블록하는 그에게 미스매치는 없다.
우승 후 그물망 자르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자밀 워니(오른쪽). KBL 제공
리그 ‘1옵션’, 득점·리바운드 1위 자밀 워니
자밀 워니는 외국인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워니는 플레이오프 공헌도(359.44점)와 챔피언결정전 공헌도(205.05점) 모두 1위이고, 플레이오프 8경기에서 평균 34분을 뛰면서 24.3득점(1위) 13리바운드(1위)를 올렸다. 2점슛 성공률은 61.4%에 달하고 페인트존 득점도 1위(9.4개)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차곡차곡 점수를 뽑아낸다. 정규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골 밑은 ‘워니 존’이었다.
추일승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워니가) 이렇게 활약 못 해줬으면 과연 국내 선수들이 이만큼 잘할 수 있었을까. 올해 중심을 정말 잘 잡아줬다. 에스케이의 보물”이라고 칭찬했다. 2019년 에스케이 유니폼을 입고 그해 외국인 최우수선수상을 거머쥐었던 워니는 지난 시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등 개인사가 겹쳐 슬럼프에 빠졌다. 전 감독은 모두가 반대했던 재계약을 밀어붙였고 워니는 감독의 믿음에 최정상급 활약으로 응답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