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이기려 시작했는데…여자 테니스는 지금 시비옹테크의 시대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우승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가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2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코코 고프(미국)를 꺾고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그의 아버지는 1988 서울올림픽에 참가한 조정 선수였다. 아버지는 딸들이 스포츠 선수로 자라기를 원했고 성공 기회가 더 열려 있는 개인 스포츠를 권했다. 세 살 위인 그의 언니(아가사)가 맨 처음 한 스포츠는 수영이었으나 곧 테니스로 바꿨다. 그 또한 언니를 따라 테니스를 시작했다. 언니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언니는 주니어 무대까지 뛰다가 부상 등의 이유로 관뒀다. 하지만 그는 테니스를 이어갔고 기어이 그의 시대를 열었다. 이가 시비옹테크(21·폴란드) 얘기다.

시비옹테크는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2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코코 고프(18·미국)를 68분 만에 2-0(6:1/6:3)으로 꺾고 왕좌를 차지했다. 메이저대회 통산 두 번째 우승으로 우승 상금은 220만유로(29억5000만원).

지난 2월16일부터 이번 대회 결승까지 35연승을 이어가며 투어 경기 최다 연승 타이기록(미국 비너스 윌리엄스·2000년)도 세웠다. 2년 전 세계 54위, 19살의 나이로 메이저대회(프랑스오픈)에서 깜짝 우승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던 그가 명실상부 여자 프로 테니스계 최고 선수로 발돋움한 것이다. 8강전에서 시비옹테크에게 패한 제시카 페굴라(미국)는 “시비옹테크는 지금 우리보다 다른 수준에 도달해 있다. 조금 무섭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비옹테크는 결승 직후 인터뷰에서 “2020년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는 나 자신도 믿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메이저대회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35연승을 이어가는 데 대해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준비가 필요했다. 조금 더 공격적이어야 했고 마침내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기색 리본을 모자에 달고 경기를 뛴 그는 “우크라이나 분들 힘내시길 바란다. 세계는 여전히 당신들과 함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비옹테크는 프랑스오픈 외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준결승에서 떨어졌다. 다음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에서는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다. 세계 1위 시비옹테크는 “잔디코트에서 더 이기고 싶지만 솔직히 잔디코트가 어렵기는 하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