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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일년에 단 한번, 인제의 밤이 깨어난다

등록 2022-06-12 20:00수정 2022-06-13 02:34

인제 서킷 나이트레이스
슈퍼레이스 중 유일 야간 질주
콰광 불꽃 튀는 충돌사고 빈발
고교생 관객 “아빠보다 더 광팬 돼”
연쇄사고 속 최명길 1위 환호
난 11일 오후 강원 인제군 인제 스피디움에서 2022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3라운드가 열려 레이싱 머신들이 빠른 속도로 경쟁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야간 레이스인 '나이트레이스'로 펼쳐졌다. [슈퍼레이스 제공]
난 11일 오후 강원 인제군 인제 스피디움에서 2022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3라운드가 열려 레이싱 머신들이 빠른 속도로 경쟁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야간 레이스인 '나이트레이스'로 펼쳐졌다. [슈퍼레이스 제공]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시속 200㎞로 달려 내려가는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김범훈 해설위원)

달도 별도 자취를 감춘 서킷 위, 어둠을 찢는 배기음과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헤드라이트가 시선을 붙든다. 차갑게 식은 도로 위에서 타이어의 브레이크 디스크는 빨갛게 달아오르고, 백미러에 비친 뒤 차량의 불빛은 드라이버의 오감을 들쑤신다. 거리감도, 같은 팀인지 상대 팀인지도 알기 어렵다. 추월의 가능성과 충돌의 위험을 동시에 안은 채 천분의 1초를 겨루는 암흑 속으로 드라이버들은 가속한다.
11일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열린 2022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3라운드 ‘나이트레이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폭죽이 터지고 있다. 슈퍼레이스 제공
11일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열린 2022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3라운드 ‘나이트레이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폭죽이 터지고 있다. 슈퍼레이스 제공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2022 씨제이(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3라운드가 ‘나이트레이스’로 개최됐다. 나이트레이스는 6개월 동안 8번의 라운드로 치러지는 슈퍼레이스 중 유일한 야간 대회로 레이싱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최 무산, 지난해 관람객 30% 입장 제한 이후 3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왔다. 이날 하루 동안 9021명 관중이 인제 스피디움을 찾았다.

11일 밤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을 찾은 관람객들이 그리드에 정렬한 차를 지켜보고 있다. 슈퍼레이스 제공
11일 밤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을 찾은 관람객들이 그리드에 정렬한 차를 지켜보고 있다. 슈퍼레이스 제공

출발선에서 직접 드라이버들을 만나는 그리드 워크 이벤트는 디제잉차를 동원한 파티 형식으로 꾸며졌다. 나이트레이스 제공
출발선에서 직접 드라이버들을 만나는 그리드 워크 이벤트는 디제잉차를 동원한 파티 형식으로 꾸며졌다. 나이트레이스 제공

나이트레이스의 백미(?)는 잦은 충돌과 사고다. 경주의 난도는 일반 운전자의 상상을 초월한다. 한정된 서킷 조명과 전조등 불빛에 의존하면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스톡카 사이를 질주해야 하는데, 인제 스피디움(3908m·코너 19개)이 어려움을 가중한다. 카레이서 출신인 김범훈 해설위원은 “인제 스피디움은 표고차(40m)가 커 (대낮에도) 일반인들에게는 공포의 서킷”이라고 표현했다. 난코스에 제한된 시야. 프로 드라이버들은 극한의 조건 속에서 두 눈보다 반복주행으로 익힌 감각을 믿고 액셀을 밟는다.

지난 11일 오후 강원 인제군 인제 스피디움에서 2022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3라운드가 열려 레이싱 머신들이 빠른 속도로 경쟁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야간 레이스인 '나이트레이스'로 펼쳐졌다. [슈퍼레이스 제공]
지난 11일 오후 강원 인제군 인제 스피디움에서 2022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3라운드가 열려 레이싱 머신들이 빠른 속도로 경쟁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야간 레이스인 '나이트레이스'로 펼쳐졌다. [슈퍼레이스 제공]

이날 슈퍼레이스 최상위 대회 삼성화재6000클래스를 우승하며 ‘밤의 제왕’에 오른 최명길(아트라스BX·24랩 39분56초753)은 경기 후 “초반에는 앞이 잘 안 보였지만 점점 리듬을 잡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고 다발 아수라장을 1위로 빠져나온 승자의 웃음이었다. 이날 경주에서는 현역 나이트레이스 최다 우승자(2회)인 정의철(볼가스 모터스포츠)을 비롯해 4명의 선수가 충돌로 완주에 실패했다. 작년 대회에서 차에 불이 났던 조항우는 2위를 차지했다.

이날 삼성화재6000클래스 우승을 차지한 최명길(왼쪽·아트라스BX)이 완주 후 팀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슈퍼레이스 제공
이날 삼성화재6000클래스 우승을 차지한 최명길(왼쪽·아트라스BX)이 완주 후 팀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슈퍼레이스 제공

충돌 장면이 나올 때마다 관람석에서는 탄식과 탄성이 함께 터졌다. 팬들의 기분은 흥분 반 걱정 반이다. 전직 레이서 출신 아버지를 따라 2019년부터 슈퍼레이스 ‘직관’을 다니다가 이제는 “아빠보다 더 광팬”이 됐다는 고등학생 류명지(16)씨는 “사고 나면 눈이 제일 먼저 갈 정도 빠져들지만, 선수들이 안 다치는 게 최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슈퍼레이스 측은 “특수제작된 파이프 프레임과 6점식 안전벨트, 레버형 내부 소화기, 방염 슈트 등으로 안전장치를 철저히 해 큰 사고로 이어진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류명지씨는 이날 선망하던 선수들을 직접 만나는 그리드 워크 행사에서 인파를 헤집고 ‘도장 깨기’ 하듯 김종겸·정의철·김재현의 친필 사인과 기념사진을 수집했다. 아버지 류상훈(45)씨는 두 손에 사진을 꼭 쥔 딸을 바라보며 “(딸이) 면허도 따고 서킷 라이선스도 따서 같이 주말마다 드라이브 다니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아쉽게도 부녀가 응원한 세 명 선수는 모두 이날 포디움에 서지 못했다.

아버지 류상훈(오른쪽)씨를 따라 3년 넘게 함께 슈퍼레이스를 찾고 있는 류명지씨가 카레이서 김종겸과 함께 찍은 사진에 직접 받은 친필 사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강수 기자
아버지 류상훈(오른쪽)씨를 따라 3년 넘게 함께 슈퍼레이스를 찾고 있는 류명지씨가 카레이서 김종겸과 함께 찍은 사진에 직접 받은 친필 사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강수 기자

김재현(볼가스 모터스포츠)이 그리드 워크 행사에서 팬들에게 둘러싸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강수 기자
김재현(볼가스 모터스포츠)이 그리드 워크 행사에서 팬들에게 둘러싸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강수 기자

2012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10번째를 맞은 나이트레이스는 초여름 밤의 성대한 축제로 막을 내렸다. 서킷 위에서는 말 그대로 불꽃 튀는 레이스가 펼쳐졌고, 그 사이사이 초청 가수(넉살·신현희)의 공연, 택시타임(레이싱카 동승 행사) 등 각종 이벤트가 이어지며 밤늦게까지 즐거운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의 밤은 빠르고 아름다웠다.
힙합 뮤지션 넉살이 기념 공연을 하고 있다. 나이트레이스 제공
힙합 뮤지션 넉살이 기념 공연을 하고 있다. 나이트레이스 제공

인제/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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