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무섬증 없다. 4시즌 만의 변화다.”
당구 최강으로 꼽히는 프레데리크 쿠드롱(웰컴저축은행)과 조재호(NH농협카드)가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피비에이(PBA)-엘피비에이(LPBA) 하나카드 챔피언십 64강, 128강에서 탈락하면서 프로당구가 절대강자 없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쿠드롱은 17일 열린 64강전에서 ‘인천 당구장 사장’ 노병찬에게 덜미를 잡혔고, 지난달 1차 블루원리조트배 우승자 조재호는 16일 128강전에서 랭킹에도 없는 윤성수에게 일격을 당했다.
김현석 해설위원은 “프로당구가 출범 4년째를 맞으면서 선수층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당구 수준도 상향하고 있다. 이제는 쿠드롱이나 조재호라도 128강부터 긴장하지 않으면 언제든 제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구가 멘털 스포츠라는 점도 이변이 속출하는 이유다. 승률이 높은 선수라도 그날의 몸 상태가 다를 수 있고, 하위 랭킹의 상대가 치고 들어오면 아무리 노련한 선수라도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석 해설위원은 “무명 선수가 치고 나오면 상위권 선수들은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실수가 나온다. 상대가 잘 치는 것도 있겠지만, 심리적 영향으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했다.
피비에이가 출범 4년째를 맞아 선수들이 룰에 익숙해지고, 쿠드롱 등 최고 선수들과 대결하거나 경기를 볼 기회가 많아지면서 ‘무섬증’이 사라진 것도 이변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쿠드롱은 노병찬과의 64강 경기에서 1세트를 내줬고, 2~3세트를 챙기면서 역전승을 예고하는 듯했지만 4세트에서 14-11로 우세를 잡고도 경기를 끝내지 못해 되치기를 당했다. 결국 5세트 승부치기에서 0-1 패. 조재호 역시 128강전 초반 두 세트를 빼앗기면서 페이스를 잃었다.
두꺼워진 선수층과 기량의 상향화로 우승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특히 우승후보 영순위로 꼽히던 쿠드롱과 조재호가 탈락했고, 서현민(웰컴저축은행)과 마민캄(NH농협카드)도 이탈하면서 32강 진출 선수들은 저마다 우승을 노려볼만하다.
강동궁(SK렌터카), 김재근(크라운해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하나카드),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를 비롯해 베트남 특급 응우옌 꾸억(하나카드)과 응고 딘 나이(SK렌터카), 여기에 팀을 잃어 자존심을 상한 오태준, 이영훈, 선지훈 등도 모두 정상을 노리는 복병들이다.
김현석 해설위원은 “32강 선수들은 저마다 ‘나한테도 기회가 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멘털 경기인 만큼 ‘그냥지지 않겠다’는 독한 마음을 가진 선수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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