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롱 피아비가 18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프로당구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4강에 진출한 뒤 부모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온몸이 아파요. 하지만 부모님 사랑에 힘내요.”
캄보디아 결혼 이주여성 스롱 피아비(32·블루원리조트)가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2022~2023 피비에이(PBA)-엘피비에이(LPBA)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가족의 힘’을 받아 시즌 2연승에 도전할 기세다.
남녀부에서 강호들이 추풍낙엽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피아비는 128강에서 4강까지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18일 열린 8강전에서는 전날 몸살로 죽 한 끼 먹고 출전했지만, 박지현을 3-0으로 완파했다.
피아비는 “지난 10년간 부모님과 함께 지낸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어제는 엄마가 밤새 주물러주고, 몸의 열을 내리도록 해줬다.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느낀다. 4강에 오른 것도 부모님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자 당구 최강 선수 중 하나인 피아비는 한국과 캄보디아 두 나라에서 인기 스타다. 하지만 그동안 조국 캄보디아를 방문했어도 여러 행사에 나가면서 부모님과 함께 지낼 시간이 부족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엔 부모님을 한국에 초청했고, 아버지는 딸의 주선으로 병원치료까지 받게 되면서 가족의 정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의 응원은 우승 열망을 더하는 자극제다. 피아비는 “아버지가 자기가 한국에 있을 때 모두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소개했다. 피아비는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투어 1차전에서 부모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블루원리조트배를 제패했고, 시상식장에서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부모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피아비의 4강전(19일 오후 5시) 상대는 급상승세의 김세연(27·휴온스)이다. 김세연은 2020~2021 시즌 최종전인 월드챔피언에서 우승한 저력의 선수다. 지난 시즌에는 피아비와 세 차례 만나 1승2패. 김세연은 “한동안 약한 슬럼프에 빠졌다”고 말했지만, 이번 대회 16강에서 김가영(하나카드), 8강에서 히다 오리에(SK렌터카) 등 여자부 최강권 선수들을 차례로 제압하면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또 다른 4강전은 김민아(NH농협카드)-임정숙(SK렌터카)의 대결로 펼쳐진다.
피아비는 “김세연 선수가 워낙 잘하지만 상대에 신경 쓰지 않고 나를 믿는다. 나도 연습을 많이 했다. 약 먹고, 밥 잘 먹고, 푹 자면 더 나아질 것이다. 부모님께 2연승 선물을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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