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가 20일 프로당구 하나카드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뒤 기뻐하고 있다. PBA 제공
“불안해 하지 않았다. 칭찬해주고 싶다.”
여자 프로당구의 김민아(32·NH농협카드)가 20일 밤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2022~2023 엘피비에이(LPBA) 하나카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강호 스롱 피아비(32·블루원리조트)를 풀세트 끝에 4-3(10-11 11-3 4-11 7-11 11-5 11-4 9-4)으로 꺾은 뒤 한 말이다. 우승상금 3천만원.
아마추어 1위로 프로에 입문한 뒤 14번째 투어만의 첫 우승이어서 감격이 더했다. 더욱이 ‘절친’이며 최강으로 꼽히는 피아비의 장벽을 넘으면서 자신감은 더 커졌다. 경기 뒤 눈물을 글썽인 김민아는 “프로에 데뷔한 이래 우승 압박감이 있었지만 지난 시즌 뒤 조급한 마음을 버렸다. 경기 내내 긴장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은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아가 20일 프로당구 하나카드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에 입 맞추고 있다. PBA 제공
김민아는 이날 4세트까지 1-3으로 밀렸다. 한 세트만 더 내주면 우승컵을 내줄 위기였다. 하지만 5세트부터 차돌같이 단단한 경기 운영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6~7세트를 잡으면서 역전극을 완성했다. 7세트 8-4로 앞선 7이닝에서 옆돌리기로 득점해 경기를 마감한 뒤에는 두 손을 번쩍 들어 무아지경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현석 해설위원은 “절실함이 이룬 성취”라고 평했다.
동갑내기이며 라이벌인 피아비와는 포옹을 하며 축하와 위로를 교환했다. 아마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온 둘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다. 하지만 이날은 경기 내내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듯 엄청난 혈전을 펼쳤다.
스롱 피아비가 20일 프로당구 하나카드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집중하고 있다. PBA 제공
두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피아비는 “민아의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스트로크만 봐도 변화가 느껴졌다.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
김민아는 우승 물꼬를 트면서 아마추어에 이어 프로무대에서도 확실하게 입지를 굳히게 됐다. 앞으로 상대 선수들의 견제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아는 “소속팀의 조재호 선배님께 많이 배웠다. 프로 선수들이 기량은 누구나 똑같을 정도로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응원해주신 팬들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