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의 손흥민이 2019년 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아시안컵 16강전 바레인과 경기에서 공을 다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민국에서 아시안컵 우승하자” “손흥민 있을 때 하자”
2023 아시안컵 유치를 추진하는 대한축구협회가 지난달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아시안컵에 대한 팬 관심을 조사한 결과 나온 반응들이다. 한국은 1956년 시작된 아시안컵 대회의 1~2회 우승국이다. 1회 대회는 홍콩에서 열렸는데, 우승팀 자격으로 2회 대회를 국내에서 개최해 최초로 2연패를 일궜다.
하지만 이후 아시아 축구 최고를 가리는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2015년 호주 대회 때 준우승한 것을 비롯해 4차례 정상 문턱에서 멈췄다. 그사이 일본이 4차례 우승컵을 차지하는 등 독주했고, 가장 최근인 2019년 아랍에미리트 대회에서는 카타르가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2010년대 들어서는 우승팀이 모두 달라졌는데, 상위권 팀들의 각축이 치열해졌다고 볼 수 있다.
애초 아시안컵은 중국에서 열리게 돼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대회를 반납했고, 이에 대한축구협회와 카타르, 인도네시아, 호주 축구협회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달말까지 유치신청서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제출하면, 아시아축구연맹의 실사(9월초) 뒤 10월17일 개최지가 발표된다.
대한축구협회는 2002 월드컵 개최를 통해 구축된 경기장 인프라와 풍부한 국제대회 운영 경험 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일본 시장과 거의 같은 시간대라는 점도 장점이다. 26일 예정된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에서 우호적인 신호가 나올 수도 있다.
경쟁자인 카타르는 2022 월드컵 개최지의 완벽한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직전 대회가 중동에서 열렸기 때문에 지역 안배 차원에서 약점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국민 열기가 높지만 20살 월드컵 개최 일정과 겹치고, 호주도 2023 여자 월드컵을 치러야 한다.
24개국이 국내 10개 도시에서 한 달간 51경기를 벌이는 아시안컵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다. 근래 들어 메가 스포츠 개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높다.
대한축구협회 에스엔에스 설문조사 표. 대한축구협회 제공
하지만 기존 시설을 개·보수해 비용을 줄이고, 수준 높은 경기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국제 스포츠 행사를 외면할 필요는 없다. 요즘엔 지자체가 연계해 아시안게임이나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공동 개최하려는 시도도 있다. 1970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가 재정 부담을 느껴 위약금을 물어가면서 반납했던 시절과 달리 경제규모도 커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전국의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0.1%의 유치 찬성(반대 19.1%)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국가 이미지 높임(37%), 국내 스포츠 발전(23.9%), 경제효과(20.1%) 등이 이유로 꼽혔다. 대부분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것들이고, 수치로 제시돼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다만 직접 관람 의향(26.1%) 항목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손흥민 등 한국팀이 뛰는 경기에 관중이 몰리겠지만, 4명 중 한 명이 경기장을 찾고 싶다고 밝힌 것은 아시안컵 티켓 구매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축구협회가 유치신청서 작성과 실사단 방문 때 이런 부분을 강조한다면 좋을 것 같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