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 1부에 처음 출전하는 건설 노동자 김대진. PBA 제공
“일도 쉬면서 연습만 한다. 나한테 기회다.”
프로당구 피비에이(PBA)가 추석 기간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리는 2022~2023 피비에이·엘피비에이(LPBA) TS샴푸·푸라닭 챔피언십(5~12일) 128강전 대진 명단을 2일 발표했다.
아파트 건설현장의 전기설비 노동자인
김대진(46)도 사상 처음 1부 무대 초청을 받아, 128강전에서 강호 강동궁(SK렌터카)과 맞붙는다.
김대진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생업도 잠시 접고 하루 10시간씩 당구 연습을 하고 있다. 나한테 큰 기회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드림투어(2부)에서 우승한 김대진은 늦깎이 선수로 프로 1부 무대에는 처음 서게 된다. 가뜩이나 첫 상대는 프로통산 2승의 스타 강동궁이다.
그는 “1회전에 몹시 버거운 상대를 만난 것이 사실이고, 내가 실력이 미흡한 것도 맞다. 하지만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 열심히 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대진은 청소년기 동네에서 가장 당구를 잘 치는 재능을 보였지만, 일찍 생업 현장에 뛰어들면서 20~30대 시기에 당구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했다. 그는 “먹고 살기 바빠서 당구를 많이 치지 못했다. 국제식 3쿠션 당구대에서 치기 시작한 것도 39살 무렵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당구 열정을 막을 수 없었고, 이제 꿈의 1부 무대에 서게 됐다.
물론 하루아침에 그냥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는 “건설현장 부근의 숙소에서 오래 생활했는데, 아령으로 근력을 다지고 유튜브를 보면서 당구공 포지션 등에 대해 공부했다. 또 틈틈이 적어 놓은 당구 노트를 확인하면서 복습하고 연구했다”고 말했다. 작업 특성상 팔을 많이 써야 하고, 연장도 많이 차고 다녀서 일이 끝나면 피곤했지만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현장 일도 접어두고, 울산의 이상용 프로 당구장에서 맹훈련해왔다. 2일부터는 서울로 장소를 옮겨 더 철저한 대회 준비를 한다.
그는 “이번에 팬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아마추어 시절에도 관중이 있으면 더 힘이 났다. 카메라와 관중이 안 보일 정도로 공에 집중해 플레이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현장 일보다는 당구에 전념하고 싶다. 모아놓은 돈이 떨어지면 아르바이트로 건설현장에 나갈 수 있지만, 일단 프로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즌 랭킹 1위 다비드 사파타(스페인∙블루원리조트)가 정성민,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이 윤부철과 6일 밤 11시 첫 경기를 치른다. 조재호(NH농협카드)는 7일 밤 11시 고경남과 맞선다.
여자부 톱4인 스롱 피아비(왼쪽부터), 김민아, 김가영, 이미래. PBA 제공
여자부 경기는 5일 오전 10시부터 4인 1조의 서바이벌 조별리그로 128강전(총 26개 조)이 열린다. 11일에는 여자부 결승,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엔 남자부 결승전이 열린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