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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의 무회전 킥] “음·미·체? 체육을 왜 음악·미술과 묶나”

등록 2022-09-15 09:35수정 2022-09-21 15:31

체육계 “관행적 언어사용 문제” 제기
교육부 교육과정엔 체육이 가장 먼저
‘몸 담론’ 시대 개념 재정립 필요성
경기도 안산시 경기해양안전체험관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이 생존수영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안산시 경기해양안전체험관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이 생존수영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의 ‘학교체육, 숨구멍이 필요해’라는 기획 시리즈 취재 과정에서 많은 체육인을 만난다. 이들과 대화를 하면 체육에 대해 가졌던 편견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그중 하나가 언어 습관으로 굳어진 음·미·체(음악 미술 체육) 개념이다.

대중 매체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예술과 체육 교과를 통으로 묶어 음·미·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부의 교육과정 총론의 과목 구분표를 보면 체육은 예술 교과인 음악, 미술과 구분돼 있고, 교과 제시 순서에서도 앞서 있다. 수업 시수에서도 체육이 음악과 미술보다 많다.

물론 이 순서에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공을 내세운 과거 개발독재 시절 초등학교 과목 구분에 도덕이 가장 앞서 배치되고, 1950년대 초기 교과과정 수립 때 자연, 과학, 실과 등 실용학문이 중시된 것을 보면 과목에 시대 흐름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때 체육보다 앞서 위치했던 미술은 지금은 뒤에 있다.

음·미·체가 아니고 체·음·미(체육 음악 미술)라고 말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더 큰 계획이 있다. 음·미·체를 하나의 꾸러미로 묶는 것은 잘못이고, 이런 언어 사용 관행을 해체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체육, 음악, 미술이 음·미·체 식으로 묶일 논리적 근거는 없다. 한 체육학자는 “몸의 움직임이 수반되는 체육을 다른 학문과 굳이 묶는다면 수학이나 역학, 생리학이 더 어울린다. 음악과 미술과 같이 묶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어 관행은 단순히 말로 끝나지 않고 현실을 구성하는 실천에 영향을 준다. 영국의 언어학자 노먼 페어클러프는 언어가 사람들의 세계관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는데, 이는 언어가 지닌 이념적, 표현적, 관계적 가치가 기득권 질서의 구축 등 사회적 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초등 1~2학년 체육은 1982년 4차 교육과정 개정 이후 음악, 미술과 함께 ‘즐거운 생활’로 통합됐다. 40년째 음·미·체 통합교육이 이뤄지면서 초등 1~2학년에서 체육의 정체성은 사라졌다. 국가가 교육과정을 수립하는 곳에서 초등 1~2학년 체육교과를 독립시키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현장에서는 (체육) 수업 시간에  음악과 미술을 통합시킨 어색한 놀이가 벌어지고 있다.

한 체육인은 “몸은 움직이고자 한다. 이 활동을 억제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위해”라고 했다. 초등학교 체육 전담 교사는 “투입 대비 산출의 가성비 가장 좋을 때 아이들을 더 많이 뛰어 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생명’ ‘생기’ ‘활력’ ‘신체’ 등은 현대 사회의 주요 관심인 ‘건강’ 담론과 맥이 닿아 있다. 구체성 떨어지는 통합교육의 이상론으로 체육의 역동적 에너지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고발이기도 하다.

체육은 고상한 학문체계보다 더 중요한 몸과 관련이 있다. 음·미·체 담론의 해체는 학교체육의 자기 위상 회복을 위한 소중한 발걸음으로 보인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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