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2 K리그1 파이널A 36라운드에서 울산 현대의 최기윤이 포항 스틸러스 골문을 향해 슛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정규리그가 끝나고 시작되는 플레이오프. 흔히 미국형 종목인 야구, 농구에 특화된 이 말은 포스트시즌이나 챔피언결정전 등과 동의어로 쓰인다. 한국에서도 13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가을야구’가 출범을 알렸다.
어김없이 스포츠 팬 사이엔 오래된 질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호랑이가 세냐, 사자가 세냐?’와 비슷한 것으로, ‘정규리그 우승이 값지냐, 플레이오프 우승이 값지냐?’라는 식이다.
아무래도 가장 늦게 열리는 경기가 하이라이트이고, 정규리그 순위와 별개로 다시 시작하는 싸움에서 이변이나 반란을 기대하는 게 팬들의 심리라면, 흥행 파괴력은 포스트시즌이 강하다. 케이비오(KBO) 또한 추가 이벤트로 관중 수입을 늘릴 수 있고, 방송사로서도 팬 집중도 높은 포스트시즌처럼 좋은 상품은 없다.
애초 미국에서 플레이오프가 이뤄진 것은 워낙 지역이 넓어 지구나 콘퍼런스별 상위권 팀이 왕중왕전을 벌여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자는 뜻이 있었다.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프로야구팀 수가 적고 이동 거리도 짧다. 강팀들끼리의 경기는 정규리그에서도 충분히 소화된다. 그럼에도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것은 연맹, 중계권사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대중은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경기가 열리는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의 우승팀이나 최우수선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지도자들은 장기간에 걸친 승수의 축적으로 일군 정규리그 우승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유럽 중심의 축구계에서는 프로야구와 같은 포스트시즌이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정규리그 38라운드로 우승팀을 가린다. 하지만 나라마다 상황에 따른 변형 방식은 존재한다.
프로축구 K리그의 경우 정규리그 33라운드 뒤, 상위 1~6위(파이널 A)와 7~12위(파이널 B)로 그룹을 나눈 뒤 마지막 5개 라운드를 치른다.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등 일부 국가에서도 K리그와 비슷하게 리그를 운영한다.
이유는 ‘우승팀은 하나’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막판까지 팬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파이널 A의 우승팀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결정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강등을 피하기 위한 파이널 B 팀들 간의 사투에도 팬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 선수나 감독들은 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경기의 박진감과 긴장감은 리그 전체에 활력을 주고 있다.
스포츠는 변한다. 테니스에서는 오래전에 서브 시간을 단축하고 타이 브레이크 룰로 경기가 늘어지는 것을 막았고, 국내 프로당구에서는 9점제나 혼합복식 구성 등으로 텔레비전과 코드를 맞추고 있다. 권투가 15라운드에서 12라운드로 줄어든 것은 선수 안전을 위한 것이지만, 라운드별 3분 경기와 1분 휴식, 경기 시작 전·후 행사나 인터뷰를 1시간 안에 끝내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나온다.
프로축구는 전통을 고수해 리그의 가치를 높이려 한다. 하지만 팬과 중계사가 원한다면 운영 방식을 새롭게 바꿀 수 있다. 그땐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연맹과 방송사의 ‘모의’가 있었다고 봐도 된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