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 도장 찍었네요.”
프로농구 고양 캐롯의 슈터 전성현(31)이 지난 3일 프로농구 전주 케이씨씨(KCC)와 원경경기(72-79패) 1쿼터에 3점포를 꽂자 나온 방송 캐스터의 목소리다. 코트에 들어서면 터지는 그의 3점포 행진은 올 시즌 팬들의 최고 관심사가 됐다.
슈퍼스타 전성현의 3점슛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기록적 가치 때문이다. 이날 케이씨씨와 경기에서 4개의 3점포를 터트린 전성현(20점)은 69경기 연속 3점슛 성공 신기록 작성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기존 기록(조성원의 54경기 연속 3점포)을 갈아치운 뒤 상승세가 무섭다.
올 시즌 최단 기간인 25경기 만에 3점슛 성공 100개를 돌파한 그는 사상 처음으로 시즌 200개 3점포 기록에도 도전한다. 경기당 평균 4.1개, 적중률 43.5%를 자랑하는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200개 고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1일 수원 케이티(kt)와의 경기에서 경기당 연속 20점 이상 득점이 10에서 멈췄지만, 국내 선수 득점 1위(평균 20.2점)에 오를 정도로 고감도 손끝이 빛난다. 미국프로농구(NBA) 현역 최고의 3점 슈터로 꼽히는 스테픈 커리(골든 스테이트)의 이름을 따 ‘한국판 커리’라는 별칭이 나오는 이유다.
전성현의 슈터 자질은 대학시절부터 알려졌지만, 31살 나이에 폭발성을 띠는 것은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신기성 해설위원은 “슛 폼이 워낙 좋고, 비시즌 연습 등 기본에 충실하다. 이번 시즌 캐롯으로 옮기면서 자기가 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높아졌고, 팬들의 기대와 신생팀 상황 등이 열정을 뿜어내고 있는 배경이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전성현은 실전을 방불케하는 상황을 그리면서 녹초가 될 때까지 슛을 쏘는 등 엄청난 연습량을 자랑한다. 이번 시즌에 자유계약(FA) 선수로 인센티브를 포함해 연봉 7억5천만원을 받고 캐롯에 입단하면서 에이스로서의 집중력도 커졌다.
직전 소속팀 인삼공사의 변준형, 오세근, 문성곤, 오마리 스펠맨 등 화려한 선수들 속에서 편하게 슛을 쏘았던 것에 비해 조건이 달라졌지만 잘 극복하고 있다. 가드 이정현과 슈터 최현민 등과 잘 호흡을 맞추고, 상대 선수의 집중 견제에도 반박자 빠른 슛으로 활로를 열고 있다.
전성현은 “앞에서 날아오는 상대의 손이 보인다. 여유가 생겼고, 슛 판단이 더 빨라져 과감하게 던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단독으로 뜰 기회가 오면 “(3점 슛을) 30개도 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슛 도사’의 경지를 열었다. 사령탑인 김승기 감독 아래서 오랜 기간 혹독한 훈육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두터운 신뢰도 큰 힘이다. 김 감독은 “성현이는 슈퍼스타”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4일 시즌 3라운드 최우수선수에 선정돼, 1라운드에 이어 두 차례 라운드별 수훈갑에 뽑히면서 자신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시즌 베스트 5에 처음 들 정도로 상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올 시즌 활약만 보면 시즌 최우수선수상도 노려볼 만 하다.
신기성 해설위원은 “시즌 후반기인 4라운드에 접어든 만큼 체력적인 부분을 잘 조절해야 한다. 부상만 없다면 현재의 슛감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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