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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의 무회전 킥] 정치논리에 ‘변죽’만 울리는 학생선수 정책

등록 2023-01-19 17:37수정 2023-01-20 02:03

줄였던 결석허용 일수 다시 늘려
체육특기자 제도 혁파에는 뒷짐
학습권 대 운동할 권리로만 접근
조용만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와 합동으로 학생선수 출석인정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용만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와 합동으로 학생선수 출석인정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운동하는 학생선수의 ‘출석인정 결석 허용 일수’를 대폭 늘렸다. 초등학교 선수는 20일, 중학교는 35일, 고등학교는 50일까지 확대됐다. 대회에 출전하면 수업에 빠지더라도 출석으로 인정돼 학사에 반영된다. 또 학기 중 주중대회의 주말 전환을 각 종목단체의 자율에 맡기도록 하면서 융통성을 넓혔다.

선수나 학부모, 지도자, 체육단체는 최근 2~3년간 출석인정 허용일수가 급감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이 해소됐다며 반기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초등학교 학생선수는 5일, 중학교는 12일, 고등학교는 25일만 빠질 수 있어 현장의 불만이 높았다. 출석 요건이 강화되면서 훈련 시간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또 지방에서 대회가 열릴 경우 자주 왔다 갔다 해야 해 이동비용과 사고위험이 커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부 종목에서는 주말에 시설을 확보하기 힘들었는데, 주중에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19일 새 정책을 통해 학업과 운동의 병행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한 탁구 기대주 신유빈 등의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대회 출전으로 인한 학생선수의 수업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이스쿨(e-school) 콘텐츠와 진로상담 멘토교사 풀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은 여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음에도 일부 현장 실정과 괴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이날 새 정부의 학생선수 정책은 본질을 외면하고, 변죽만 울린다는 인상이 짙다.

정부 정책의 모순은 학생선수는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라는 전제를 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가령 대회 출전을 위해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한다는 것 자체는 반교육적이다. 만약 대회 출전을 학습행위로 인정하는 것이라면, 먼저 수업이나 공부에 대한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는 수업권을 강조해 출석인정 허용일수를 줄이고, 새 정부에서는 정면으로 부정해 뒤집는 일 역시 일관성이 없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는 식의 정책에 교육 백년대계는 불가능하다.

학생선수의 출석과 결석이 이슈가 되는 근본 원인은 1972년 도입된 체육특기자 제도에 있다. 국가가 엘리트 선수 육성을 위해 학교를 국가대표 충원기지로 삼은 이 제도는 운동부의 승부지상주의나 인권침해, 학업경시 관례를 만들었다. 반면 대다수 일반학생의 체육활동을 위한 정책은 교육부 중심 과제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금은 중학교, 고교, 대학의 체육특기자 입시에 생활기록부나 내신성적 등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대회 입상 기록이다.

이런 체육특기자 제도를 혁파하지 않은 채 ‘학습권 대 운동할 권리’의 대립으로 학생선수 출결 정책을 바라보는 것은 표층적인 접근이다. 학생선수에게 시혜를 베풀듯이 출석인정 숫자를 갖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습도 당당하지 않다.

체육특기자 제도를 해소하는 게 장기 과제라면, 학생선수가 수업량 부족을 걱정하거나 학습과 연계해 대회 출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주체성을 살리는 교육환경과 분위기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 학생선수를 위한 이스쿨 콘텐츠 강화 등의 방안도 형식적인 수사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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