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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소리로 한몸 된다…패럴림픽 출전하는 골볼 대표팀

등록 2023-02-16 08:00수정 2023-02-16 09:30

[2023, 올해도 뛴다] 골볼 여자대표팀
골볼 여자대표팀 선수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희진, 최엄지, 서민지, 박민경, 김은지, 심선화.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골볼 여자대표팀 선수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희진, 최엄지, 서민지, 박민경, 김은지, 심선화.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골볼은 시각장애인들이 하는 스포츠다. 3명의 팀원이 눈을 완전히 가리고 공 소리에 집중하면서 상대 팀 골대를 공략하는 종목이다. 장애의 정도가 차이 나기에 똑같이 안대를 쓰고, 전·후반 각각 12분씩 총 24분을 경기한다.

1일 경기도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여자 대표팀 심선화(31·서울시청)는 “눈을 감고 상상을 해야 하는 스포츠”라고 골볼을 설명했다. 길이 18m, 폭 9m의 경기장에서 오롯이 청각에 의지해 공을 향해, 혹은 상대 선수를 향해 온 몸을 던져야 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파이터로 변신하는 심선화는 “경기장에서 누웠다 일어났다 몇십 번을 반복해야 해서 모든 운동감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대표팀 맏언니인 김은지(32·충청남도장애인체육회)는 “눈 뜨고는 슬라이딩을 못 한다. 눈을 가려도 무서운 것은 무서운데 눈 떴을 때보다는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고 했다.

여자 골볼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골볼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8강에서 세계 1위 일본을 3-2로 꺾었고, 캐나다와 준결승전에서는 5-2로 이겼다. 예선전 때는 캐나다에 패했는데 준결승전에서 설욕했다. 골볼 대표팀은 결승 진출과 함께 2024 파리패럴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한국 여자 골볼이 패럴림픽에 나서는 것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8년 만이 된다.

골볼 대표팀 주장 김희진(29·서울시청)은 “코칭스태프가 상대 팀 분석을 디테일하게 해줬다. 상대 수를 미리 읽고 먼저 가서 틀어막는 작전을 했다”면서 “일본전을 이기고 감격해서 다들 펑펑 울었다. 골볼을 10년 넘게 했는데 일본을 처음 이겨봤다”고 했다. 일본전에서 3골을 몰아넣으면서 막내의 힘을 보여준 서민지(22·서울시청)는 “일본은 정말 이기고 싶은 팀이어서 밤 12시, 1시까지 경기 영상을 계속 돌려봤다”고 했다. 심선화는 “유럽 음식도 안 맞고 대회 일정이 길어서 피곤하고 힘들었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웃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열린 골볼아시아태평양선수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신구 조화 속에 탄탄한 조직력을 통해 일궈낸 값진 우승이었다.

골볼 경기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골볼 경기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대표팀 선수들은 골볼에 대해 하나같이 “팀워크로 하는 단체 경기의 매력”을 얘기한다. 서민지는 “긴장되는 순간에 서로 말을 많이 하면서 긴장을 풀어준다. 혼자만의 부담감을 조금씩 덜어주고 나눠 갖는데 그래서 골볼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박민경(23·충청남도장애인체육회)은 “코트에 들어서면 ‘팀을 위해 한 명이라도 막자’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팀워크는 진짜 최고”라고 했다. 단체 경기이기 때문에 “나의 실수로 경기 분위기가 바뀔까 싶어”(김은지) 고민되는 점도 있다. 물론 그때마다 서로를 위로하며 “다음엔 실수하지 말자”고 다독인다.

16살 때부터 골볼을 시작한 김희진은 “코트 안에서 누구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공이 상대 팀 골문에 들어가면 화가 나기도 하는데 그 에너지로 남은 경기 시간 동안엔 공을 다 막겠다는 생각으로 악으로, 깡으로 코트에서 버틴다”면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두려움 없이 달려들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국내에는 골볼 여자 실업팀(서울·충남)이 두 개가 있다. 소속팀에서, 대표팀에서 함께하다 보니 팀워크가 더 돈독해진 면도 없지 않다. 최엄지(24·서울시청)는 “(김)희진 언니가 팀에서도 주장인데 평소 한 명, 한 명의 특성을 다 파악해서 세심하게 잘 챙겨준다. 요리도 정말 잘해서 먹고 싶은 것은 다 해준다”고 했다.

골볼 선수들의 훈련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골볼 선수들의 훈련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골볼 대표팀은 실업팀에서 훈련하다가 5월 말 소집돼 6월 파리에서 열리는 대회(10개 팀 참가)에 참가한다. 10월에는 항저우장애아시안게임도 있다. 정지영 대표팀 코치는 “골볼 선수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낸다. 개개인으로 보면 연비가 약한 자동차일지 모르지만 팀으로 뭉치면 연비가 최고인 차가 된다. 과정이 좋으면 결과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김희진은 “골볼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같이 해나가는 것이다. 가운데에서 철벽같이 수비해서 양쪽 공격수가 신나게 공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 몸도 마음도 힘든 순간이 분명 닥칠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끈끈히 뭉쳐서 잘 헤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세계선수권에서 24골을 책임졌던 심선화는 “전신을 이용하는 운동이라서 발목, 무릎, 어깨를 많이 다치는 편이다. 선수 모두 다치지 말고 차근차근 패럴림픽을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뮤지컬 배우로도 활약 중인 김희진은 2023년 장애인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1일) 축하 무대에서 가수 김윤아의 ‘고잉 홈’(Going Home)을 불렀다. 노래 맨 마지막 가사는 “가장 간절하게 바라던 일이 이뤄지기를 난 기도해 본다”이다. 노래 가사처럼 끈끈한 팀워크와 간절함으로 패럴림픽 무대 출전권을 따냈고, 눈을 감으면 보이는 더 큰 세상에서 더 큰 꿈을 꾸는 골볼 대표팀이다.

이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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