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은 걷혔다, 햇살이 비칠까.
국내 프로당구 남녀 간판인 조재호(NH농협카드)와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가 초반 부진을 딛고, 정상을 향해 거침없이 치닫고 있다.
조재호는 9일 경기도 고양시 JTBC 스튜디오 일산에서 열린 ‘에스케이(SK)렌터카 피비에이(PBA)-엘피비에이(LPBA) 월드챔피언십 2023’ 남자부 8강전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하나카드)를 명승부 끝에 3-2로 눌렀다. 조재호는 4강에서 하비에르 팔라존(휴온스)과 대결한다.
조재호는 이날 1~2세트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카스도코스타스를 제압했다. 하지만 3~4세트 컴퓨터처럼 정교한 카시도코스타스의 샷에 무너지면서 승부는 2-2 원점이 됐다.
마지막 5세트에서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10이닝까지 가는 오랜 싸움이었지만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이뤄지는 고수들의 대결에 팬들은 당구 경기의 진수를 맛봤다.
자칫 한큐를 실수하면 그대로 패배로 연결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5세트 들어 조재호의 연타는 잘 나오지 않았다. 카시도코스타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조재호가 마지막 샷을 성공시키며 승패를 매듭짓자, 카시도코스타스가 다가와 라이벌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조재호는 시즌 랭킹 32강 선수들만의 경기인 이번 대회에서 초반 조별리그 1승2패로 탈락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16강에 턱걸이한 이후 프레데리크 쿠드롱(웰컴저축은행)과 카시도코스타스를 제압하며 상승풍을 몰아치고 있다. 4강전에서는 조별리그에서 자신을 벼랑끝으로 밀었던 팔라존과의 재대결이 펼쳐진다. 무심타법의 평상심만 유지한다면 조재호의 설욕도 가능하다.
남자부의 다른 4강전은 이영훈과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의 대결로 압축됐다.
여자부의 스롱 피아비도 이날 8강전에서 이유주를 누르며 4강에 안착했다. 스롱 역시 조별리그에서 고전했지만 16강 진출 뒤 매 경기 저력의 샷을 뽐내고 있다. 스롱은 4강전에서 임정숙(크라운해태)를 만난다. 또 다른 여자부 4강전은 김가영(하나카드)과 박지현의 대진으로 완성됐다. 절대강자 김가영 역시 16강전까지 자신의 역량을 펼치지 못했지만, 8강전부터는 특유의 연타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김현석 해설위원은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7경기를 해야 한다. 매 경기 잘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고비는 온다. 초반에 어려울수록 후반부가 편해질 수 있다. 4강전에서도 변수가 있겠지만, 톱 선수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짚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