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프로당구 피비에이(PBA)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조재호. PBA 제공
“쿠드롱 못 잡으면 또 질 거라 생각했다.”
14일 프로당구 대상 수상으로 영광의 시즌을 마감한 조재호(NH농협카드)가 지난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피비에이(PBA)-엘피비에이(LPBA) 월드챔피언십 최대 고비인 16강전 프레데리크 쿠드롱(웰컴저축은행)과의 경기를 꼽았다.
이날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비스타홀에서 열린 시상식 기자회견에서 조재호는 “하나 놓치면 끝나는 승부였다. 단 한번의 실수가 승패를 가르는 경기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조재호는 쿠드롱과의 16강전 1세트에서 4이닝에 15점에 도달해 15-12로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버리지 3.750을 기록했던 조재호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쿠드롱이 3이닝 12점(애버리지 4.000)으로 거세게 추격했기 때문이다.
조재호는 “한순간 실수하면 끝나는 경기였다. 살얼음판을 걷는 승부였지만, 쿠드롱에게 진다면 앞으로 또 질 거라고 생각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4일 프로당구 피비에이(PBA) 시상식에서 베스트 드레서상을 받은 에디 레펜스와 이미래. PBA 제공
결국 조별리그 1승2패로 간신히 16강에 올랐던 조재호는 쿠드롱을 3-1로 꺾고 8강에 진출했고, 필리포스 카스도코스타스(하나카드)와 하비에르 팔라존(휴온스),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 등 챔피언 경력의 최강 선수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정상에 올랐다.
조재호는 쿠드롱과의 16강 초집중 경기 상황의 강도를 2014년 세계캐롬연맹(UMB) 월드컵 32강전 딕 야스퍼스와 경기 때와 비교했다. 당시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조재호는 “야스퍼스와 경기도 인생 경기였다. 한 순간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경기 뒤 ‘이런 경기만 했으면…’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쿠드롱과의 월드챔피언십 16강전에서 그 때와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 선수로 3쿠션 세계 최고의 대회인 피비에이 월드챔피언십에서 꼭 우승하고 싶었다는 열망도 알렸다. 그는 “그동안 쿠드롱과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 등 외국 선수들이 월드챔피언십을 차지했다. 국내 선수의 자존심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물론 평정심과 긴장감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민한 감각이 필요하다. 그는 “여유를 갖고 마음 편하게 공을 쳐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마음을 비워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프로 입문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력을 보강하고, 2점 제의 뱅크샷 역량을 짧은 시간 내에 수준급으로 끌어올린 그는 노력하는 천재다. 애버리지 높은 그의 정교한 타격은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이날 뱅크샷상까지 받은 조재호는 “프로는 몸으로 승부한다. 체력 훈련뿐 아니라 식단관리도 잘해서 좀 더 탄탄한 몸으로 경기를 펼치고 싶다. 정규 2승에 월드챔피언이 됐으니 다음 시즌 목표는 3승에 월드챔피언십 정상이다. 늘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