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벨기에 브리쉘에서 열린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총회에서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 세계대학경기대회 개최지로 확정되자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유대회 조직위 제공
충청권 4개 시·도의 2027년 국제대학경기대회(U대회) 조직위원회 구성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4개 시·도가 공모를 통해 사무총장을 선임한 뒤, 합당한 이유도 없이 사무총장 임명을 ‘무효화’하고, 기존의 말 많았던 부위원장이 사무총장을 겸직하도록 하는 희한한 집행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4개 시·도는 19일 대전시청에서 2027년 국제대학경기대회 조직위 창립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미 3월 신임 윤강로 사무총장을 공모로 선임한 뒤 열었던 창립총회를 두 달도 안 돼 반복하는 것이다. 이번 창립총회에서는 윤강로 사무총장을 배제하고, 이창섭 조직위 부위원장이 사무총장직을 겸직하도록 이사진을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정부가 국제스포츠 대회 조직위 창립총회를 두 번 한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은 데다 정식 절차를 거쳐 위촉장을 받고 이사 등록까지 한 사무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일이어서 신뢰성은 크게 떨어지게 됐다. 조직위의 합법적 사무총장인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 원장은 “나에게는 일언반구 연락도 없다. 도대체 왜 뽑았나? 이게 국가기관에서 할 일이냐”라며 반발하고 있다.
충청권에서 열리는 2027년 국제대학경기대회는 개최지 확정 이후부터 잡음이 불거졌다. 대회 공동위원장 가운데 한 명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자신의 선대본부장이었던 이창섭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사무총장으로 밀면서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고,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등이 반대하자 상근 부위원장이라는 새로운 직제를 만들었다. 실무 부위원장에 전권을 실어주려는 의도이며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들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자 충청권 4개 시·도는 사무총장을 공개 모집하겠다고 밝혔고, 후보 면접 등 심사를 통해 윤강로 원장을 사무총장으로 선임했다. 윤 사무총장은 곧바로 발기인 총회를 열고 FISU에도 조직위 구성 상황을 알렸다.
하지만 이번엔 대한체육회가 딴죽을 걸고 나왔다. 2021년 충청권 단체장들과 맺은 협약서에 따라 임원 선임과 관련해 사전 협의를 해야 했다는 주장이다.
일단 절차상의 문제를 들었지만 사실상 사무총장 개인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 반응이었다. 실제 협약서는 법률적 강제력이 없다. 더욱이 국제경기대회지원법에서는 조직위 임원 선임과 구성은 조직위 권한으로 돼 있다. U대회 개최와 관련된 예산 기여도 거의 없다. 이런 까닭에 대한체육회의 사무총장 비토는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런데도 조직위의 최종 승인기관인 문체부는 “잘 협의하라”며 U대회 조직위 구성과정에서 일어나는 파행 상황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민간단체(대한체육회)가 지방정부의 공모 과정과 결정을 뒤집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묵인하면서 중앙 정부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2027 국제대학경기대회는 충청권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 스포츠 이벤트다. 충청권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번 대회를 통해 지역주민의 자긍심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축제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위 구성 단계부터 선거 공신 챙기기, 자리 욕심, 대한체육회장의 월권, 문체부의 직무유기 등으로 난장판이 되고 있다. 저마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내세우지만, 조직위 구성을 둘러싼 행태를 보면 염불(대회)보다는 잿밥(개인적 이득)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