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2027 충청권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조직위원회 구성의 기본원칙을 강조하면서 조직위 구성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하다. 애초 3월 이뤄진 사무총장 선임과 이후 창립총회가 승인기관인 문체부로부터 유일한 총회로 정당성을 획득하면서 정식으로 조직위를 출범시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의 U대회 신임 사무총장 비토에서 시작된 두 달간의 불협화음은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무엇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발끈하며 ‘U대회 탈퇴’를 시사한 발언은 충격적이다. 대한민국 체육계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로는 무책임하고 오만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공모로 선임된 U대회 사무총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재 창립총회(5월19일)가 회의 직전 문체부의 반대로 무산되자, “6월5일 진천선수촌에서 17개 시·도체육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KSUB) 상임위원, 대한체육회 이사의 연석회의를 열어 U대회 개최단체(the Host Partners) 탈퇴를 포함해 현안을 논의한다”고 방침을 정했다. 대한체육회 내부 문건을 보면 회장의 지시사항이라는 점이 강조돼 있다.
하지만 개최단체 탈퇴라는 표현은 극단적이다. 체육단체 임원의 연석회의에서 U대회 개최단체 탈퇴 여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런 시도 자체는 개최지인 충청권 4개 시·도와 주민, 대회 출전 선수단, U대회 주관단체인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등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독선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기흥 회장이 촉발한 ‘탈퇴 이슈’는 한국 체육에 대한 자해이며 정부·지자체 협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체육회는 U대회 조직위의 인사 등에 개입할 근거로 2021년 충청권 4개 시·도와 맺은 협약서를 제시한다. 협약서에는 ‘조직위 구성은 체육회와 협의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대회를 유치하기 전과 뒤의 차이가 크다. 유치된 이후에는 지자체 등이 주요 의사결정에서 체육회를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신뢰가 무너지면 함께 할 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국제대회는 대개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필요에 의해 유치됐고, 재정과 인력을 갖춘 정부 부처가 경기 운영 부문 등을 제외한 조직위 구성을 주도해왔다. 체육회로서는 핵심적인 논의에서 쭉 소외돼왔다고 느끼고 있다.
대한체육회 회장의 6월5일 기자회견 지시 사항.
그럼에도 애초부터 체육회와 지자체가 맺은 협의나 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 협의의 대한 생각은 이해당사자 간에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충청권 4개 시·도는 U대회 집행부 구성을 위해 체육회로부터 일부 집행위원을 추천받는 등 교류를 해왔다. 충청권 지자체로서는 체육회와 협의 노력을 해왔다고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충청권 지자체는 2월에 국제대학스포츠연맹에 사무총장 공모 등을 통해 조직위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무총장 공모 등에 대해 체육회 말단 직원이 구두로 그런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협의한 적은 없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만약 체육회가 사전에 충청권 4개 시·도와 사무총장 공모 방식을 협의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체육회가 공모제 자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보면, 공모를 통한 사무총장 선임 결과는 달라질 게 없다. 체육회가 서운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공모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는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며 체육회 재선 이기흥 회장은 그동안 ‘강한 체육인’ ‘정부가 무시 못 하는 체육계’등을 내세우며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체육회의 위상을 높이면서 문체부와의 관계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리수도 나오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존재 이유는 ‘체육진흥, 국민건강, 국위선양’(체육회 정관 3조) 등 공익의 구현에 있다. 이를 위한 회장의 노력은 상식과 합리, 소통에 기반을 둬야 한다. 비대해진 권력에 취해 한국체육 전체를 볼모로 한 ‘개최단체 탈퇴 포함 논의’ 으름장을 놓는 것은 선을 넘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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