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주가 28일 프로당구 LPBA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PBA 제공
‘씩씩한’ 백민주(크라운해태)가 드디어 프로당구 무대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다.
백민주는 27일 밤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PBA-LPBA 하나카드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김세연(휴온스)에 4-3(11:0, 1:11, 2:11, 7:11, 11:7, 11:6, 9:3)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상금 3천만원.
2019년 프로 출범과 동시에 데뷔한 뒤 4년 만에 정상을 차지한 그는 “얼떨떨하다. 그동안 이 악물고 연습한 결과가 나왔다”며 기뻐했다. 백민주는 전용구장 개장 뒤 첫 우승자가 됐다.
이날 경기는 전반과 후반이 완전히 달랐다. 마치 두 개의 다른 장면이 합쳐진 것과 같았다.
백민주는 첫 세트 신바람을 내며 상대를 0점으로 몰아붙이며 기세를 올렸으나, 2~4세트에서 공타를 연발하며 1-3으로 밀렸다. 한 세트만 더 빼앗기면 챔피언 타이틀은 절친한 친구인 김세연에게 넘어갈 것 같았다.
백민주가 하나카드 이완근 단장으로부터 상금 3천만원을 받고 있다. PBA 제공
하지만 5세트부터 완전히 달라지 모습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6~7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역전극을 연출했다.
백민주는 “위기의 순간에 역전한다는 마음보다는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괜히 욕심을 내기보다는 마음 편하게 ‘행복한 당구’를 하자는 마음도 강했다.
그렇게 몰입도를 높이면서 흐름을 가져왔고, 7세트 마지막에는 정교한 뱅크샷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노력한 결과가 나왔다. 잠자는 시간 빼고 당구대 앞에서 연습만 했다. 하루 7~8시간 자고 나머지는 모두 당구에 투입했다”고 했는데, 바로 그 저력이 고비를 넘어 우승으로 내달릴 수 있는 뒷심이 됐다.
백민주의 밝은 성격이 우승 순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PBA 제공
고교 시절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큐를 잡은 그는 소속팀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크라운해태 팀의 윤영달 회장님께 트로피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팀 리그에 선발될 때 정말 실력이 좋지 않았는데, 4년간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이렇게 보답하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백민주는 지난 시즌 5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처음 결승에 올랐지만 히가시우치 나츠미(웰컴저축은행)에 완패했다. 하지만 그때 당한 패배의 아픔이 ‘보약’이 됐고, 이날 우승 물꼬를 트면서 자신감은 더 커지게 됐다.
그는 “내 성격은 개구쟁이다. 당구 하는 순간에만 진지한데, 그래도 우승했으니 잘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도 내가 20대 초반엔 뭐 하고 다니는지도 몰랐겠지만, 지금은 선수들도 다 알고 ‘우리 딸 파이팅’이라며 응원해주신다. 이런 긍정의 힘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용구장 시대 1호 챔피언이 된 것도 기분이 좋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 체육관 시합을 하면 천장도 높고 매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전용구장에서 하니까 뭔가 조명도 더 잘 보이는 것 같고, 모든 것이 편하고 괜찮다. 앞으로 계속 전용구장에서 경기할 테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민주가 절친 김세연과 포옹하고 있다. PBA 제공
친구 김세연에 대해서는 “김세연을 비롯해 김민아, 강지은 선수는 사랑하며 존경하는 친구들이다. 그들이 우승했을 때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응원석에서 생각했다. 경기 때도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결승전 뒤 패배한 김세연을 꼭 안아주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