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8일 미국 엘에이 자택에서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업과 부업이 무엇이냐?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향해 축구계에서 나오는 비판적 질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급여를 받고, 국내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주택과 차량(담당 기사 포함)을 제공받는다. 지금까지 한국팀을 맡은 외국인 감독은 국내에 가족과 함께 머물면서 직무를 수행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듯이, 급여 받는 곳에 출근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다르다. 6월 A매치 경기가 끝나자 휴가를 떠났고, 8월초 다시 출국해 현재 국외에서 체류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전임 감독들과 달리 밖에 있으니 낯설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상주하면서 지켜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유럽축구연맹(UEFA) 기술위원 회의에 참석해 최신 축구흐름도 파악하고,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과 소속 팀 감독과 소통하면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의 제1과제는 ‘새 에너지’ 발굴을 통한 팀 전력 강화다. 소집기간이 짧기 때문에 철학에 맞는 선수를 뽑아 다듬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국내 프로축구 K리그의 선수 관찰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700명 이상의 국내 프로선수와 관련해, “다는 힘들고 30~40명을 지켜보고 있다. 코치진과 수시로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K리그 현장에 ‘보스’가 있는 것과 코치진이 있는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또 K리그 1~2부를 통틀어 팀에 최소 1~2명씩의 관심 선수가 있다면, 대부분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선수를 볼 수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23 대학축구 U리그1 한양대와 상지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유럽 축구에 정통한 한 축구인은 “동영상 정보나 코치진의 보고만으로는 공이 없을 때 선수 움직임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들이 손·발이나 입을 통해 동료와 어떻게 의사소통하는지 알 수 없다. 불가피하게 텔레비전 중계로 선수를 관찰할 수 있지만, 국외에 체류하는 상태에서 근태를 확인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과 계약할 때는 한국축구 전체의 발전을 위한 그의 기여도 기대했다. 명성과 경험, 영향력을 갖춘 그가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와 만나 고충을 듣고, 자문과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 상호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관계는 긴밀해진다. 한국축구 체질개선을 위한 의지가 드러난다면 축구팬들은 대표팀 성적이 나빠도 클린스만 감독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엇나가고 있다. 손흥민이나 이강인, 황인범 등 이미 검증된 선수들과 현지에서 사진 한장 찍어 에스엔에스에 올린다면 인기관리는 될지언정 한국축구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축구협회에서 비판 여론을 전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거 축구인이 맡았던 전무이사 체제가 사라지고 실무 부회장제가 들어섰지만, 축구를 잘 모르는 부회장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따끔한 얘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축구대표팀 감독이 국내에 있느냐, 없느냐가 이슈가 되는 것 자체가 우습고,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을 더 잘 만들 수 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결과에 이르렀는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비정상적 상황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