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몰랐을까요?”(프로당구 A 선수)
“입장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프로당구 B 선수)
스타 선수인 프레데리크 쿠드롱이 최근 프로당구협회 피비에이(PBA)를 상대로 ‘개인 투어에 출전하게 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선수 등 당구인 사이에서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7월까지만 해도 함께 뛴 동료 선수가 프로당구의 모체인 피비에이와 대립하는 양상으로 비치면서 숨은 뜻을 읽기 위한 노력도 보인다.
쿠드롱의 소송 사실을 처음 보도한 매체에 따르면, 쿠드롱은 “PBA는 팀에 지명된 선수가 팀과 협상이 결렬되면 아예 개인투어 참여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프로당구협회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선수의 계약내용 선택의 자유 및 계약체결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팀에 지명된 선수가 팀 리그에서 뛰지 않으면 개인 투어 참여도 불허한다’는 피비에이의 규정을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피비에이 쪽은 “드래프트에 의해 팀에 지명된 선수는 선수등록을 해야 하고, 이를 거부하면 각종 투어 출전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2022년 5월 규정이 마련되기 이전에도, 확약서를 받았고 쿠드롱도 지난 두 시즌 서명을 했다고 했다. 피비에이 쪽은 “쿠드롱 선수가 개인 투어에만 뛰고 싶다고 하는 것은 규정뿐 아니라 시스템을 거부하는 일이다. 다른 선수들처럼 규정을 지키면서 피비에이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쪽의 입장과 규정에 대한 해석은 법원의 판단에 맡겨졌다. 이와 별개로 사안을 바라보는 선수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선수는 “최상위 당구 선수들은 용품업체를 비롯해 여러 대상과 계약을 한다. 아무 생각없이 계약서(확약서)에 사인했다고는 생각되진 않는다”고 했다. 또 “외국 선수가 타국에서 생활하는 게 힘들지만, 구단의 투자에 의해 지탱되는 팀 리그에서 빠지고 개인 투어에만 나가겠다고 하는 것은 이기적으로 비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선수는 “팀 리그에서 뛰면서 개인 투어에 나가려면 아무래도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팀 리그에서 더 발전하고 있고, 국내 선수들은 대개 구단과 ‘윈-윈’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은 입장이 다를 수 있는데, 쿠드롱도 자신의 어려움을 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당구 팀 리그는 후원사를 유치하고, 리그를 정상 스포츠 궤도에 올린 기반이다. 9개 구단에 소속된 60명 안팎의 선수들은 팀이라는 안정된 조직에서 고정급을 받으면서 당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 팀 리그 구단에 지명되기 위한 선수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연간 9~10개의 개인 투어조차 팀 리그 구단들이 돌아가면서 의무 개최하고 있다.
반면 팀 리그는 개인 투어와 달리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준다. 동료 선수들에 대한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세계 최고의 선수인 쿠드롱조차 팀 리그 경기에서는 연속 패배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 투어에서 상금을 딸 자신이 있는 톱 선수들이 개인전에만 출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 있다.
남도열 피비에이 고문은 “프로당구가 탄탄한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수와 구단, 협회가 동반성장해야 한다. 후원사가 늘면, 상금도 증액되고, 상위권 선수들한테 더 많은 기회가 간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 그땐 상황에 걸맞게, 선수들의 권리를 위한 새로운 제도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