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원이 30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PBA 제공
“냉정하게 외국 선수에 뒤집니다.”
한국 3쿠션 간판으로 활약했던 최성원(46·휴온스)이 30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3~2024 5차 투어 휴온스 피비에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하비에르 팔라존(35·휴온스)을 세트점수 4-1(15:1 15:9 9:15 15:8 15:1)로 누르고 프로 첫 우승컵을 챙겼다. 데뷔 뒤 5번째 경기에서 4전5기 우승을 일군 최성원은 1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한국 최초의 세계3쿠션선수권 우승, 첫 세계 1위 등극 등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했던 그는 프로까지 접수했다. 그는 우승 뒤 인터뷰에서 “그동안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1억원은 내가 받은 최고액의 상금이다. 세계선수권 제패가 가장 기억에 남지만, 어려운 피비에이 대회에서 우승해 기분이 더 좋다”고 말했다.
프로무대 첫 우승을 차지한 최성원의 표정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린 듯한 미소가 보인다. PBA 제공
시즌 1~4차 투어 연속 128강전 탈락의 아픔도 털어냈다. 그는 “첫 고비를 넘기면서 느낌이 좋았다. 4강전까지는 경기력에 실망한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잘 해서 무마될 것 같다”며 웃었다.
대진운이 좋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피비에이 무대에서는 쉬운 상대는 없다. 다만 경기 흐름에서 운이 따라야 하고 실력도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5차례 투어 우승자 가운데 국내 선수로는 최성원이 유일하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들이 강세이고, 팬들도 이를 감지하고 있다. 취재진이 외국인 선수와의 격차와 관련해 질문하자, 최성원은 “냉정하게 실력에서 우리가 뒤진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외국 선수들은 기본기를 닦고 3쿠션을 친다. 우리는 큐를 들 때부터 3쿠션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기에서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최성원이 30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국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하비에르 팔라존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BA 제공
외국인 선수들의 승부욕이나 열정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날 준우승한 팔라존은 “스페인에 부모님 등 가족이 있어 늘 그립다. 하지만 내 직업은 프로당구 선수다. 내 관심은 오로지 당구치는 것이다.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당구에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실제 팔라존은 시즌을 앞두고 20kg 감량했고,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 등 동료들도 맹독성 잡초처럼 훈련한다.
남도열 피비에이 고문도 “시차, 음식, 숙박, 가족지원, 훈련 여건 등 모든 면에서 외국인 선수들은 불리하다. 그럼에도 외국 선수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현실에 대해 국내 선수들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성원은 “10년 이상 외국에 비행기 타고 나갈 때보다 훨씬 편하다”고 했는데, 국내 선수들로서는 피비에이가 최상의 무대인 셈이다. 이번 주말에도 6차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이 열리는 등 기회의 장은 늘 열려있다.
피비에이 결승전 무대의 치어리더들. PBA 제공
최성원은 “나름대로 어떻게 쳐야할지 연구하고 있다. 일단 체력관리가 중요하고, 경기를 하면 오래 살아남아 많이 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목표에 대해, “더 많이 챔피언이 되면 좋겠지만 첫 우승에 만족한다. 피비에이에 더 적응해야 하는 게 내 몫이다. 팬들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